- 기존 공개된 사진과 동일인물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금까지 중국인 위안부를 찍은 영상이 발굴돼 공개된 적이 있어도 한국인 위안부 영상은 없었다.

5일 서울시청에서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가 1944년 미군 사진병이 촬영한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촬영 흑백 영상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발굴한 것으로 1944년 9월 중국 송산을 점령한 미·중 연합군 사진병이 포로로 잡혀 있던 위안부 7명을 촬영한 18초짜리 흑백 영상이다. 연합뉴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팀은 5일 중국 운남성 송산에 포로로 잡혀있던 위안부 7명을 촬영한 18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2년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소장 필름 수백 통을 일일이 뒤진 끝에 찾아낸 것이다.

영상이 촬영된 1944년 9월 8일 직후는 아시아·태평양 전쟁이 일본의 패전으로 치닫은 시기다. 미·중 연합군은 당시 일본군이 점령한 중국 송산을 탈환했다. 이때 일본군 위안부로 있던 24명 중 10명이 생존해 연합군 포로로 잡혔다.

영상 속에서 미·중 연합군 산하 제8군사령부 참모장교인 신카이 대위(중국군 장교)로 추정되는 남성이 맨발인 위안부 1명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른 여성들은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다. 푹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여성도 보인다.

당시 미·중 연합군 포로가 된 만삭의 여인을 비롯한 사진 4장은 지금까지 위안부의 참상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2000년에는 고 박영심 할머니가 사진 속 만삭 여인이 자신이라고 밝혔다. 고 박영심 할머니는 사산한 뒤 중국군의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영상에는 보이지 않는다.

연구팀은 영상 속 한국인 위안부 이름이 미·중 연합군이 포로 심문 과정에서 만든 '조선인 위안부 명부'에 적혀있다고 설명했다. 명부에는 한국 이름·나이·고향이 나온다. 박영심 할머니 이름도 표기돼 있다. 연구팀은 위안부 영상을 촬영한 미군 병장이 일본군 위안소로 사용된 중국 용릉의 그랜드 호텔을 촬영한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 발굴은 서울시가 진행하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서울시는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연구 예산을 끊거나 삭감하자 서울대 연구팀에 예산을 지원해 발굴 사업을 해왔다. 현재 위안부 할머니는 38명만 생존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불행한 역사도 기록하고 기억해야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만큼 앞으로도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세우는 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