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컨 아니라 전기료 부담 적고
- 쾌적한 환경에 유동인구 증가
- 인근 주민들 피서지로도 인기

무더운 여름은 전통시장의 비수기다. 그늘이 적고 야외여서 냉방도 어려운 탓이다. 대형마트나 은행은 한여름 '임시 피서지'로 각광받기도 한다. 전통시장에 에어컨을 설치하면 어떨까.

	28일 부산 동구 초량전통시장 내에 '야외 에어컨'으로 불리는 증발 냉방장치가 설치돼 시원한 물방울을 내뿜고 있다. 김성효 기자

부산 동구 초량전통시장이 무모한 것처럼 보이는 도전에 나섰다. 지난 20일부터 '야외 에어컨'으로 불리는 증발 냉방장치 가동을 시작한 것이다.

증발 냉방장치는 아케이드 위에 설치된 냉각 팬에서 안개처럼 미세한 물방울을 분사해 주변 온도를 5도 이상 낮추는 기능을 한다. 공기 순환과 미세먼지 제거 기능도 갖춰 높은 습도와 복사열도 사라졌다.

김종진 초량전통시장 상인회장은 28일 "지난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1억4000만 원을 지원받아 최근 아케이드 160m 구간에 야외 에어컨을 설치했는데 손님 반응이 너무 좋다. 노인들이 피서를 오기도 한다"며 "진짜 에어컨이 아니어서 전기료 부담은 크지 않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날 낮 초량시장 아케이드 설치구간 온도는 22~25도 정도로 외부와 5도 이상 차이가 났다.

냉방장치는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쾌적해진 환경 덕분에 손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야외 에어컨이 인기를 끌면서 일주일 새 고객과 유동인구가 각각 10%와 20%가량 늘었다는 게 상인회의 추산이다.

이날 만난 이고운(여·62) 씨는 "그동안 전통시장에 오면 후덥지근하고 답답했는데 시원한 바람이 나오니 천국"이라며 "물건 한두 개 사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쉬다 가곤 한다"고 말했다.

상인 박영자(여·77) 씨는 "냉방장치가 설치되기 전엔 온종일 더위하고 싸웠는데 이젠 시원해서 걱정을 덜었다"며 "손님들도 신기해하면서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SNS에 올라온 증발 냉방장치 동영상은 약 1만 건의 조회 수와 수백 개의 '좋아요'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부전시장도 최근 4차 아케이드 사업의 하나로 100m 구간에 증발 냉방장치를 설치해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다른 전통시장 역시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야외 에어컨'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

김종진 상인회장은 "대형마트가 너무 많이 생겨 전통시장도 변화가 필요했다. 여름은 전통시장의 비수기였는데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는 여름 장사를 노려볼 만하다"고 전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