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부 합동감사팀은 신축 해석
- 같은 사안놓고 부산시 기관경고

행정자치부가 '손톱 밑 가시'를 뽑았다고 평가한 부산시 정책이 2년 만에 '법령 위반' 판정을 받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정부 합동감사팀은 최근 기장군 철마면의 자동차 부품기업 A사의 공장 개축을 승인한 부산시에 기관 경고처분했다고 25일 밝혔다. 2년 전에는 규제개혁 모범사례로 꼽혔다가 대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2015년 9월 A사와 공장 이전 및 신·증설 투자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에 묶여 있던 A사 내부 시설은 대부분 40년이 지나 낡았으나 시설 개·보수나 공장 개축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부산시는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공장 용지 안에 있던 사원 아파트 8개동 가운데 4개동을 철거하고 그 면적만큼 새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승인했다. 상수원보호구역에 있던 기존 건물을 장소만 옮겨 '개축'한다는 개념을 적용해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의 경미한 변경으로 판단한 것이다. 행정자치부도 당시 박근혜 정부의 대표 정책인 규제 철폐 모범사례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2년이 채 안 된 최근 부산시는 정부 합동감사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 부당 처리'로 기관경고를 받았다. 합동감사팀은 부산시가 상수원보호구역 내 공장 증축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신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법령을 위반해 증축을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감사팀은 상수원보호구역 내 건축물이나 공작물의 개축은 기존 용도와 규모 범위에서 엄격히 이뤄져야 하지만 A사의 공장 증설은 용도를 달리하는 건물을 새로 지은 '신축'으로 해석했다.

감사팀은 부산시가 앞서 같은 해 5월 A사의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신청을 한 차례 반려했다가 이후 다시 승인하면서 상수원보호구역에 5956.37㎡ 규모의 공장을 신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감사팀은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에 공장을 증설할 경우 법령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당시 철거한 사원아파트는 지은 지 40년이 지나 오·폐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철거가 시급했다. 새로 건설한 공장은 오·폐수 관로를 새로 묻고 친환경 스마트공장으로 지어져 결과적으로 상수원보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부산시는 공장 증설로 대구와 양산의 A사 계열사와 공장을 이전하면서 400여 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었고 자동차부품 조립라인을 집적화하면서 1000명이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해명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