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에 저장된 핵연료봉 보관기간 5년 넘어가면
- 발전량 따라 세금 징수하는 현행 지역자원세와 별도로 폐연료세 징수할 근거 있어

- 중·저준위 방폐장 있는 경주, 폐기물 반입때마다 '수수료'
- "더 위험한 고준위 과세 당연"

원자력발전소가 사실상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의 중간저장시설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지방세를 부과하는 게 합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리1호기 영구 정지에 따라 쏟아져 나올 폐연료봉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원자력발전소 내부 저장조나 건식 저장시설에 보관된 사용후핵연료에는 과세할 수 없다는 입장(본지 지난 16일 자 1면 보도)을 고수해왔다.

사진은 사용후핵연료저장소. 국제신문DB

■ 폐연료봉에 지방세를

원전소재지자체행정협의회(기장·울진·영광·울주군과 경주시)는 22일 경북 울진군 생태문화사업소에서 '폐연료봉 과징 지방세법 개정 2차 용역 발표회'를 열었다. 연구의 핵심은 '보관기간이 5년을 넘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폐연료봉에는 과세를 해야 한다. 경주시는 이미 저준위폐기물에도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연료 주기는 ▷우라늄 채광에서 정련·농축·인도의 과정을 포함하는 '선행 핵연료주기' ▷발전▷임시저장·중간저장의 과정을 포함하는 '후행 핵연료주기'로 나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선행 핵연료주기 사업은 원자력연구원과 기술개발본부가 담당한다. 발전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주체다. 후행 핵연료주기사업인 폐연료봉의 저장과 처분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주체다.

용역보고서는 '원자력발전소에 저장된 폐연료봉은 보관기간 5년이 지나면 사후 처리과정에 해당하는 만큼 발전사업자가 발전량(1원/1㎾h)에 비례해 내는 지역자원시설세와 별도로 폐연료세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발전 않아도 위험은 여전

캐나다 피커링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제공

지난 19일 고리1호기는 영구 정지됐지만 위험성은 남아 있다. 고리1호기에 막대한 폐연료봉이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폐연료봉은 방사성과 열을 내뿜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분류된다. 대형사고 위험은 물론 인구 유입을 막아 지역 경제를 침체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과세 제도다. 현행 지방세법은 발전량에 따라 지방세를 징수한다. 예컨대 고리1호기의 발전량이 0이 되면 고리1호기로 인한 지방세 징수분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기장군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로 50억 원의 지방세·지원금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고리1호기가 가동을 멈춰도 폐연료봉으로 인한 위험은 여전한데 지원금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장군 신광식 공정조세과장은 "발전이 멈췄다고 폐연료봉이 저장된 원전의 외부성(위험성)이 사라지진 않는다"며 "이미 해외에서는 정지된 원전도 폐연료봉에 비례한 세금을 낸다"고 말했다.

■ 저준위방폐물 이미 과세 중

지난해 11월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고준위방폐물에도 세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장군은 법안이 통과되면 연간 462억 원의 지방세를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중 부산시가 162억 원을 가져가고 기장군이 300억 원을 배분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납세의무자는 방사성폐기물을 저장·보관하는 자(한수원)이다. 법안은 경수로 폐연료봉은 다발당 540만 원(중수로 폐연료봉은 22만 원)의 세율 적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 외의 방사성폐기물은 드럼(200ℓ)당 40만 원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국내 유일의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시설이 있는 경북 경주시는 폐기물 반입 때마다 수수료를 받고 있다. 드럼(200ℓ)당 60여만 원의 수수료가 책정되어 있다. 80만 드럼을 모두 수용하면 5096억 원가량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저준위보다 고준위 방폐물이 더 위험한데, 과세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폐연료봉 과세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