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증안된 정책"…사업차질 예고
- 시교육청 "계획대로 추진할 것"

부산시교육청이 내년부터 부산 308개 초등학교의 객관식 평가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방침(본지 지난 4월 28일 자 1·3면 등 보도)에 따라 올해 하반기 시범학교 운영 등을 위해 부산시의회에 요청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 전액 삭감됐다. 이에 따라 하반기 시범학교 운영과 교사 직무연수, 학부모 설명회 등 시교육청의 사업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는 21일 2017년 교육비특별회계 추경안 계수조정위원회를 열고 시교육청이 초등학교 평가방법 개선을 위해 요청한 예산 4억40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시의회 교육위는 "새로운 서술형 평가 방식이 부산의 전체 초등학교에 도입되고 모든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교육 정책이라면 학생과 학부모, 교육현장 관계자 등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한 공감대를 형성한 뒤 시행하는 등 신중히 처리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위는 "검증되지 않은 모험적인 정책에 아이들을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 꼼꼼하게 준비하고, 검증된 상태에서 시행돼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전액 삭감 배경을 밝혔다.

신정철 교육위 부위원장은 "시교육청에서 평가방법 개선을 발표하기 전까지 시의회와 단 한 차례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선 교육현장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추경안 전액 삭감에 당혹감을 보이면서도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삭감된 추경안에는 오는 9월부터 예정된 31개 시범학교 운영 지원, 서술형 평가를 위한 교사 직무연수, 문항 개발, 학부모 대상 정책설명회 등이 포함돼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추경안이 삭감된 이상 종전에 준비한 예산을 쪼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별로 추진하려던 찾아가는 정책 설명회를 권역별 또는 복수의 학교로 묶어 진행하고 서술형 문항도 새로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의 문항을 더욱 가다듬어보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서술·논술 중심 평가방법이 교육현장에 하루빨리 뿌리를 내리도록 매뉴얼을 마련하고 교사 연수에 나설 방침이다. 7, 8월에는 평가 전문가 연수를 하고 2학기 교과별 성취 기준 중심의 다양한 서술·논술형 문항을 제공한다. 9월부터는 시범학교 31곳을 운영하고 내년 2월엔 객관식 평가를 아예 없앤다는 계획이다.


※부산 초등학교 '객관식 평가' 전면 폐지

▶내용 : 내년 사지선다형 완전히 없애고 서술·논술형 문항만 출제, 6월부터 교사·부모 공청회, 9월 시범학교 31곳 운영

▶취지 : 변화무쌍한 복합융합사회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 생각하는 힘·문제 해결 능력의 힘 키우기

▶과제 : 논술과 토론 사교육 시장 커질 우려 해소, 서술형 평가의 객관성 확보 필요성

윤정길 정홍주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