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생신고 안하면 행정기관 몰라
- 병원서 정보 제공 시스템 필요

냉장고 냉동실에 아기 시신 2구를 보관한 친모의 행적이 최초 발생 3년 만에 드러나면서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친모 김모(34·여)씨의 동거남인 A 씨의 여동생이 신고하기 전까지 1년 이상 아기 시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다.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첫째 아이도 3년 가까이 출생신고가 안 됐다. 병원이 행정기관에 출생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조기에 영아 유기를 적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친모가 자신이 낳은 신생아의 시신 2구를 보관한 동거남 집의 냉장고. 부산 남부경찰서 제공

18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사체 유기 혐의로 긴급 체포된 김 씨는 A 씨와 5년 전 처음 알게 됐다. 만남을 가지던 두 사람은 차츰 연인사이로 발전해 지난해 4월 남구 문현동 A 씨의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한 A 씨의 어머니(78)도 모시고 사는 사실상 혼인관계다. 그러나 A 씨는 김 씨의 임신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 씨가 통통한데다 품이 넓은 옷을 입고 다녀 체형 변화를 알지 못했다는 게 A 씨의 진술이다. A 씨의 어머니도 거동이 불편한 탓에 살림살이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씨는 2014년 9월과 지난해 1월 숨진 영아의 시신을 자신이 혼자 살던 원룸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하다가 지난해 4월 동거남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시신도 옮겨왔다. 김 씨가 시신을 직접 포장해 이사업체 직원들도 시신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지난해 1월 김 씨가 집에서 아기를 낳고 시신을 유기했던 것과는 달리 2014년 출산 때는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고 출생증명서까지 발급받았다.

하지만 병원이 기초단체에 출생 사실을 알릴 의무는 없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출산 1개월 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출생신고 의무는 부모에게 있다. 혼인 외 출산일 땐 어머니에게만 신고 의무가 주어져 있다. 신고 의무자가 사망하거나 아이를 유기하는 등 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에만 동거하는 친족 또는 분만에 관여한 의사·조산사에게 신고 의무가 주어진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