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전화 사전선거운동 무죄로
- 벌금 80만 원 선고…의원직 유지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박재호(58·부산 남구을) 의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물품 목록을 알리지 않고 일부 피의자에게는 진술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검찰이 수사의 기본인 적법한 증거수집을 못 했다는 것이다.

부산고법 형사2부(호제훈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열린 박 의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박 의원에게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의원에게 벌금 90만 원을 선고한 1심이 인정한 '휴대전화번호 이용 사전선거운동'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제출한 USB 파일과 일부 피의자의 검찰 진술조서가 위법하게 수집된 것이라면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게 무죄 판단의 핵심 이유였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에 '압수대상과 방법'을 제한했고 압수한 전자정보의 목록을 피압수자에게 교부하라고 했는데도 검찰이 이를 지키지 않고 복제·출력한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압수수색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박 의원의 선거운동원인 A 씨를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서 작성 전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지 않은 만큼 진술조서 역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검찰이 이러한 권리 고지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두세 차례 부르고도 인적 사항과 직업만 확인하고 검사실에 대기시키다가 돌려보냈다"는 A 씨의 법정 진술을 토대로 검찰의 신문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들을 제외하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을 모두 살펴봐도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2015년 9월 선거운동 유사기관을 설치해 선거를 위한 조직회의와 등산모임을 개최했고 ▷유권자들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확성장치를 사용해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보좌관과 사무국장에게 관련 증거를 은닉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적용된 혐의는 ①유사기관 설치와 유사기관에 의한 사전선거운동 ②휴대전화를 이용한 사전선거운동 ③조직회의와 간담회를 통한 사전선거운동 ④확성장치를 사용한 부정선거운동 ⑤출생지 허위사실 공표 ⑥증거은닉교사 등 6가지였다. 재판부는 이 중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② ③ ④ 가운데 ②를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당선 무효형을 선고하지 않는 재판부의 뜻을 잘 헤아려 국가와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해달라"고 박 의원에게 주문했다. 박 의원은 재판부에 고개를 숙였다.

송진영 김준용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