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총연합회 청원 답변없어
- "안전발판 마련 이동권 보장해야"

수년 전 사고로 지체장애 1급이 된 박규옥(54) 씨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플랫폼과 전동차 간의 간격이 넓어 타고 내릴 때 휠체어 바퀴가 밑으로 빠지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 도움으로 빠져나오지만 괜히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역에서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힘겹게 전동차에서 내리고 있다.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제공

박 씨는 "장애인이 아닐 땐 전혀 몰랐는데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것이 무섭다"며 "부산교통공사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장애인인 것이 서럽다"고 말했다.

부산 도시철도 1, 2호선의 플랫폼과 전동차 간의 유격(단격 차이)과 단차(높이 차이)가 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사고 발생 우려가 높지만 교통공사 측은 수년간 '나 몰라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1, 2호선은 도시철도 전체 105개 역 중 70%인 75개를 차지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장애인들의 이용 빈도도 높다. 문제는 일부 구간의 유격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1호선인 서면역과 연산역의 유격 거리는 평균 12㎝에 달한다. 일반 휠체어 앞바퀴의 지름이 약 6㎝로 플랫폼과 전동차 간 공간에 바퀴가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단차 역시 마찬가지다. 2호선 국제금융센터역은 단차가 3.5㎝, 유격은 9.5㎝에 이른다. 단차 1㎝가 되면 장애인들의 휠체어 바퀴가 자주 걸리게 된다. 이 때문에 지하철에서 내리다 단차로 인한 충격으로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넘어질 뻔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부산장애인총연합회는 지난 1일 부산 교통공사에 이러한 불편을 담은 청원서를 제출했다. 안전 발판 등을 마련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통공사는 아직까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안성태 기획부장은 "유격은 장애인들의 휠체어나 지팡이 등이 충분히 빠질 만큼 심각한 상황이지만 안전발판 마련 등 어떠한 보완 대책도 없었다"며 "장애인 전용칸만이라도 유격이 덜한 곳으로 옮기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부산 교통공사 관계자는 "유격이 너무 좁으면 지하철이 곡선으로 운행하던 중 플랫폼과 부딪칠 우려가 있어 대책마련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장애인 전용칸을 조정하거나 문제 구간에 공익요원을 배치하는 등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