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금품 비리 혐의로 기소된 허남식(68) 전 부산시장에게 검찰이 8일 징역 5년과 벌금 6000만 원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기소와 수사를 맹비난하면서 허 전 시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허 전 시장은 고교 동문이자 향토기업 사장인 이모(68·구속기소) 씨와 함께 엘시티 이영복(67·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부산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엘시티 이 회장과 이 씨가 주고받은 3000만 원은 허 전 시장의 선거자금으로 사용된 사실이 명백하다. 그러나 허 전 시장은 (금품 수수를) 이 씨의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이 씨를 파렴치범으로 몰아 죄질이 나쁘다"고 구형 취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 씨에게 징역 2년6월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7일 오전 열린다.

　검찰은 공소장에 지방선거를 앞둔 2010년 5월 이 씨가 이 회장에게서 3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허 전 시장에게 보고하고 사용 승낙을 받아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적시했다. 허 전 시장이 직접 받은 것은 아니지만 수수 사실 및 용처까지 알아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전 시장의 변호인은 "통상의 뇌물사건과 달리 (허 전 시장 사건에) 공여와 수수 외 '보고'라는 단계가 등장했다. 검찰은 이러한 '보고'를 공동 수수로 판단한 데다 뇌물사건의 핵심인 일시 장소조차 특정하지 못한 채 '그 무렵'이라는 표현을 공소장에 써놨다"며 "이는 피고인을 기소하기 위해 슬쩍 그리고 어정쩡하게 끼워넣은 표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공소뇌물죄 성립의 전제가 되는 수수자와의 공모가 없었다는 점은 검찰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전 시장도 최후 진술에서 "경위야 어찌 됐든 이번 일로 부산시민께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유리한 선거구도 속에서 선거법 준수에 만전을 기했던 당시 상황에서 (이 씨가) 불법 선거자금을 받아 불법 선거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결코 (이 씨에게) 보고 받은 일은 없다"고 말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