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업까지 뛰며 근근이 버텼지만
- 희망없는 나날에 결국 목숨 끊어
가난한 예술가가 또 목숨을 끊었다. 그는 버스비가 아까워 왕복 40㎞를 자전거로 다닌 가장이었다. 부업도 서너 개 했다. 그래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비정규직보다 못한 삶의 무게는 늘 그를 짓눌렀다. 정부가 복지 대책을 내놔도 예술계는 여전히 배고프다.
30일 부산 동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전 8시10분 한 아파트에서 민간 오케스트라 단원 A(41) 씨가 뛰어내려 숨졌다. A 씨는 연주가 없는 날 대리기사는 물론 음악학원과 방과후학교 강사로 일했다. 아이 셋을 둔 가장은 이를 악물어야 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A 씨는 승용차까지 처분했다. 그리고 연습장, 공연장까지 왕복 40㎞ 구간을 자전거로 이동했다. 정장 차림에 어깨에는 무거운 악기를 짊어진 채였다. 지난해에는 공연장까지 50번 이상 자전거로 달렸다.
성실함의 대가는 1회 공연에 15만 원. 1회 공연 준비를 위해 네 차례 연습까지 합하면 일당은 3만 원에 불과했다. A 씨가 부업까지 뛰며 한 달에 손에 쥔 돈은 월 200만 원이 안 됐다. 경찰은 "유족에 따르면 A 씨가 월 30만 원가량의 생활비를 부인에게 줬다고 한다"고 말했다.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은 드물다. 부산문화재단의 사업 중 예술인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혜택은 거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차상위계층 예술가에게 주는 창작준비금지원도 턱없이 적다. 소득과 예술활동 증명 심사를 통과해 받을 수 있는 돈은 2년간 300만 원이다.
지난해 11월 문화체육부가 발간한 '예술인 맞춤형 사회복지사업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A 씨처럼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겸업 예술인 71.4%가 예술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평균 47만4000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경성대 김원명(예술경영) 교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가용 예산이 지난해 240억 원대에 불과했다. 예술인의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해 의미 없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최민정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