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접관들 "성실·협동심 등 우선
- 일은 업무 현장에서 쌓으면 돼"

"일본에서는 스펙 안 따집니다. 엄청난 수의 취업 준비생이 공무원을 하려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28일 오전 일본취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외국어대 체육관에서 만난 일본 IT기업 '후루타니산업' 후루타니 요시야스(사진) 사장은 학점·토익 점수 대신 회사에 맞는 인재상을 찾고 있었다.

그는 "우리 회사가 필요한 인재상은 협력이다. 학점이나 토익 900점보다 그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청년들이 공무원에 몰리는 걸 아는데 국가 경쟁력 낭비인 것 같다. 일본 청년들은 직업을 구할 때 안정성보다 자기 시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진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람회에 참가한 일본 기업들은 스펙보다 '회사에 적합한가' '어떻게 살았나'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스펙은 업무 현장에서 쌓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날 박람회에 사용된 이력서는 일본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양식이다. 한국과 달리 학점 칸이 별도로 없다. 일본 기업들이 학점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격증란에 토익 점수를 적을 수 있지만 그다지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

후쿠오카공항에서 일할 한국인을 찾는 니시테츠(서일본철도그룹) 공항사업부 유지 키즈 이사는 "토익 900점이 있어도 비즈니스 영어를 못하면 소용없다. 현장 업무에서 빨리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더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키즈 이사는 "6개월의 교육 기간이 있기 때문에 당장 일을 못 해도 애사심만 있으면 된다. 고객서비스에 적극적이고 성실한 한국인에 대한 내부 평가가 좋다"고 설명했다.

면접에 참여한 최유란(26) 씨는 "일본 기업에 이력서를 내면서 학점이나 토익을 써본 적이 없다"면서 "면접 때 만난 취업담당자들이 내가 살아온 과정이나 어떤 것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봐 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