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참여 위원회 요구도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중단을 둘러싸고 매몰비용 논란이 불붙었다. 자유한국당 측이 6조 원대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자 민주당과 환경단체는 과대포장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인 박맹우(울산남을) 의원은 25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즉흥적 인기영합적 정책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며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백지화하면 직·간접적 손실이 6조 원에 이른다. 백지화 추진은 반드시 재고해달라"고 주장했다.

박 사무총장이 주장한 6조 원이라는 수치는 발전사업자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최근 민주당 원전특별위원회와 간담회에서 "공정률 28%인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이 중단되면 6조 원대 매몰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지금까지 투입된 자재비·건설비와 계약해지에 따른 보상비를 포함해 2조5000억 원 ▷지역상생 지원금 집행 중단 1500억 원 ▷지역 건설경기 악화와 민원발생 비용 2700억 원 ▷법정지원금 중단 1조 원 ▷지방세수 감소 2조2000억 원이다.

하지만 이는 원전특위의 고리원전 방문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부문이다. 당시 원전특위 측은 "한수원이 지역 주민들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여론을 집결시키려고 매몰비용 '뻥튀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민주당 최인호 의원과 경성대 김해창(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미 주문한 부품은 호환이 가능한 다른 원전으로 돌려 사용할 수 있고, 해당 부지를 재생에너지 체험관 등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있다"며 "외부 인사가 참여한 공동 위원회를 만들어 비용을 제대로 측정해야 '졸속 건설'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 신고리5·6호기의 사업종합공정률은 약 28%다. 하지만 이는 설계(79%) 구매(53%) 등을 포함한 수치다. 실제 시공종합공정률은 9.45%에 그치고 있다. 2014년 대만은 룽먼 제4호원전의 공정률이 98% 시점에 건설을 중단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탐탁지 않을 것이다. 한수원의 주장만 전달하는 국회의원의 시야가 근시안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은 지난 22일 신한울 신규원전 3·4호기의 시공 관련 설계업무를 중단했다. 김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