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 국감서 남긴 말 두고두고 회자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인사 대상은 '평검사 윤석열'이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섰다가 좌천당한 그의 검사 생활은 태양이 작열하는 모래 언덕을 외롭게 걷는 것과 같았다. 그도 19일 서울중앙지검장 승진 소식을 듣고 "물병 하나, 건빵 한 봉지 들고 사막에 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신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특별검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박영수 특검. 이용우 기자

서울대 법대 4학년 때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한 윤 지검장은 2차에서 9년간 연거푸 낙방했다. 1991년 뒤늦게 합격한 그는 같은 기수들보다 나이가 8~9살 많다.

윤 지검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특별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과 대검 중수 1·2과장을 거쳐 2012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까지 역임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그의 최측근이었던 안희정 현 충남지사와 '후원자' 고 강금원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 초기이던 2013년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시절 맡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게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된 그는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는 등 소신 있는 수사를 하다가 결국 지방으로 좌천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해 10월 국정감사장에 나온 윤 지검장은 수사 강도를 낮추기 위한 검사장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그가 남긴 명언인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관련 수사에서 배제됐던 윤 지검장은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을 전전했다. 당시 함께 징계를 받고 결국 옷을 벗은 그의 '오른팔'이 바로 박형철(49·연수원 25기) 신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다.

조직에서 완전히 배제됐던 윤 지검장은 박영수 특검에서 부활의 꽃을 피웠다. 특검 수사팀장에 임명된 윤 지검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 농단' 게이트에 연루된 각계 인사를 거침없이 수사하며 '강골 검사'의 모습을 다시 보여줬다. 특검과 윤 지검장은 국민의 대대적인 지지를 받았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 주요 보직에 그를 임명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일었다.

▷57세, 서울 출생

▷학력: 충암고, 서울대 법대,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경력: 1991년 사법시험 합격(33회), 대구지검 검사, 2010~2011년 대검찰청 중수1·2과장, 2012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2014~2016년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 2016년 '국정 농단 의혹'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