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병우 사단' 분류인사만 10여 명
- 검찰, 초유의 수뇌부 공백 사태
- '눈먼 돈' 특수활동비도 손볼 듯

청와대가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연수원 20기) 법무부 검찰국장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 '돈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에 나서자 검찰은 "올 것이 왔다"며 패닉에 빠졌다.

이 지검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장이었다. 안 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오른팔'로 분류되는 인사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대적인 인적 청산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새 정부의 개혁 대상 1호로 꼽혀왔다.

■ 개혁 대상 檢, 인사폭풍 예고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은 이날 오전 '돈봉투 만찬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역임한 이 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분류됐던 실세였다. 사법연수원 18기로 고등검사장급인 그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검찰 고위 간부 인사 폭은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당장 검찰총장 후보군과 고검장 승진 인사 대상에 포함되는 연수원 17∼20기와 검사장 승진 인사 대상인 22, 23기를 중심으로 인사 폭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4기 일부까지 검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검찰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우병우 사단'으로 지목된 인사가 10여 명에 달하는 만큼 고위직 인사 폭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돈봉투 만찬 사건의 감찰 대상에도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끝나면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차기 검찰총장을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총장 인선까지 모두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달 중·하순부터 검찰에 '인사 폭풍'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 수뇌부 공백…특수활동비 논란

이런 가운데 현재 검찰은 초유의 수사·지휘 공백 사태에 빠지게 됐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임기를 7개월 남겨두고 퇴진한 데 이어 대형 부패사건과 중요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장마저 공백이 됐다.

7개월째 장관이 공석 중인 법무부에서는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총책임자인 안 국장마저 조직을 떠나게 돼 주요 기관의 핵심 보직이 사실상 정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검찰 출신인 법조계의 한 인사는 "'우병우 사단'을 제대로 청산하면 검찰 조직이 흔들릴 것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인사 폭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며 "앞선 정권 교체기보다 훨씬 큰 개혁성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여 검찰의 긴장도가 남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또 검찰 특수활동비 운용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나 정보수집 과정에서 사용되는 특수활동비는 지난해 정식 예산으로 법무부에 287억 원이 배정됐다. 이 중 대부분을 검찰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검찰국이 배정받은 특수활동비를 검찰총장에게 건네면 총장이 각급 검찰청에 배분한다. 각 검사장은 일선 수사검사들에게 수사활동 비용보전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지급한다. 수사활동의 보안을 위해서는 집행내역 확인서도 작성하지 않는 은밀한 예산이어서 간부들이 후배들에게 주는 쌈짓돈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검찰 개혁 과정에서 이 같은 특수활동비 운용과 집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지 주목된다.

◇ '돈봉투 만찬'부터 감찰 착수까지

# 4월 21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핵심 간부 검사 6명,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검찰국 간부 2명, 서초구 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

▷"격려금" 서로 돈봉투 전달

# 4월 22일

법무부 검찰국 과장 간부들, 돈 봉투 반환

# 5월 15일

'돈봉투 만찬' 언론에 보도

# 5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법무부와 검찰청에 감찰 지시

▷법무부·대검찰청 긴급회의 소집해 감찰 논의

# 5월 17일

▷이 지검장, 안 국장 동시에 사의 표명, 청와대 "감찰 중엔 수리 불가"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 22명 투입 등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감찰계획 보고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