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연합 형태로 선택과목 확대
- 13개 자율형공립고 거점 지정
- 계절제학기·대학협력도 강화

부산의 A고등학교 2학년 사회 시간. 김모(18) 군은 5개의 사회과목 가운데 '법과 정치'가 개설된 B고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 마찬가지로 A고에 개설된 '스페인어' 수업은 B고 학생이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오는 2학기부터 부산의 고교에서 이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게 된다. 부산시교육청이 '고교 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이동 수업을 비롯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고교 학점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 1호이다.

시교육청은 우선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지리적으로 가까운 고교끼리 공동으로 교육과목을 개설해 운영하는 '플러스 교육과정'을 도입한다고 17일 밝혔다.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모든 과목을 운영할 수 없는 만큼 몇 개 학교가 연합해 수업을 공유하는 게 핵심이다. 학생들은 자기가 신청한 과목을 운영하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시교육청은 오는 2학기부터 부산의 13개 자율형공립고를 거점학교로 지정해 과학과제연구나 실험 수업 등 학생들의 진로선택과 진학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개설한다.

이미 대구와 경기도에서는 이와 유사한 교사·학교 수업 나눔 정책인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시행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또 일반고를 대상으로 '학생 맞춤형 교육 모델학교'(가칭)도 선정한다. 교육 낙후지역 고교의 선택과목을 다양화해 다른 학교 학생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선 방과후수업이나 야간 수업 프로그램에 먼저 적용한 뒤 정규 과목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옮겨다니며 다양한 학습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일부 시행 중이다. 고교 계절제학기와 제2외국어캠프·대학협력 강좌가 대표적이다.

고교 계절제학기는 일반계고 학생들이 이수하기 어려운 실험과목과 심화과목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6개 고교에서 24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또 동의대 신라대 경성대 동아대에 고교생들이 찾아가 예체능 수업을 듣는 교육과정도 운영 중이다.

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이성건 장학사는 "고교 학점제의 핵심은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개별 학교들이 연합해 다양한 수업을 개설하고 공동 운영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고교가 대학처럼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려면 교사는 물론 교실도 대폭 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교육부는 다음 달 초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에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추진계획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4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고교학점제 실시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연구 과제를 발주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