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낙동강 연결된 대동수문
- 대규모 화훼농장 들어선 계기
- 카네이션·장미·국화 위주로
- 현재 125 농가 45.6㏊ 재배

- 경기불황 고육지책으로
- 유치원 대상 체험교육 마련
- 모종심기·꽃밭 견학 이외에도
- 산딸기·고구마 수확 등 인기

경남 김해시 하면 진영단감과 함께 화훼를 많이 떠올린다. 대동면 들녘에서 싱싱하게 자란 꽃들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김해시의 상징처럼 자리 잡아 왔다.

서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비옥한 김해시 대동면의 들녘에서는 장미, 거베라 등 질 좋은 화훼가 재배되고 있다. 꽃과 꽃대가 뿌리에서 분리돼 팔리는 절화류(折花類)가 주종으로, 지난 수십 년간 부산, 서울 등지로 유통돼왔다.

대동면의 꽃이 유명한 것은 인근에 꽃의 대량 소비가 가능한 대도시인 부산과 창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저 영향으로 일본 수출길이 하락세로 접어들고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9월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발효되면서 경조사 화환, 선물용 꽃 소비가 격감해 화훼 농민들의 주름살이 늘어가고 있다.

김해 전체 화훼농가는 396곳에서 180㏊를 재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카네이션, 장미, 국화 재배농가는 253곳으로 113㏊를 재배 중이다.

2001년 정부로부터 지정을 받은 대동화훼정보화마을에는 안막 1, 2, 3구와 신정마을이 포함된다. 현재 정보화마을은 125농가에서 45.6㏊를 재배 중이다. 대동화훼정보화마을은 다양한 꽃 체험교실의 운영과 인터넷 판매 등을 병행하며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김해 대동화훼마을을 방문한 유치원생들이 마을 관계자로부터 꽃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동화훼마을 제공

■국내 대표 꽃 재배단지로 우뚝

김해시 대동면이 꽃 재배지로 명성을 날리게 된 것은 1934년 서낙동강과 연결된 대동수문이 생긴 것과 무관하지 않다. 농업용수 조달이 쉬워지면서 꽃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또 1970년 말 부산 사상구에 산업단지가 생기면서 당시 그곳에서 화훼재배를 하던 10여 농가가 이곳 대동면 안막 1구 마을로 이주했고 대규모 시설 화훼의 발상지로 탈바꿈했다.

이후 풍부한 수원(水源)과 꽃 재배지로 적합한 온화한 기후 등을 갖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됐다. 때마침 인근 부산과 국가공단이 있는 창원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꽃소비도 덩달아 증가했다. 이때부터 대동면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1990년~2000년대까지 대동정보화마을에만 600여 농가가 꽃재배에 종사하기도 했다. 대동화훼정보화마을 김겸조 고문은 "당시 꽃 하나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고장으로 명성이 높았다. 나도 한때 1만3200㎡ 면적에 꽃을 재배하기도 했다"며 "부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길도 활짝 열려 순풍에 돛을 단 듯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정부는 2001년 경쟁력 있는 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이곳을 화훼정보화시범마을로 조성했다. 4개 마을에 컴퓨터가 총 4, 5대에 불과하던 것이 지정 이후 두 집에 한 대씩 컴퓨터가 보급됐다. 농민들이 컴맹에서 벗어나고 인터넷을 통해 꽃을 판매하는 방법을 활용하면서 수익도 늘었다.

■꽃 모종 심기 등 차별화된 체험

	대동화훼마을을 찾은 아이들이 꽃모형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마을도 6~7년 전부터 불어닥친 엔저 현상과 경기 불황 등을 비켜 갈 수는 없었다. 재배농가가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정보화마을은 고육지책으로 유치원,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체험프로그램 운영 쪽으로 눈을 돌렸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꽃을 사랑하는 미래 세대를 육성하고 도시 아이들의 전원 교육을 통한 정서함양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마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매년 4월부터 시작해 11월까지 진행되는데, 꽃 모종심기를 비롯해 꽃밭 견학, 토마토 수확, 감자 및 고구마 캐기 체험 등 다양하다. 산딸기 따기는 가족 단위 체험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대동화훼마을에서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한 가족.

이 마을에 있는 꽃 재배 비닐하우스단지 주변에 있는 토마토, 감자, 고구마 재배농가도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운영 초기 연간 400~500명에 불과하던 참여 인원이 1000여 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이 마을 남윤지 관리자는 "유치원생의 방문이 가장 많다. 특히 김해 시내는 물론 부산 북구지역 유치원에서 방문이 급증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직접 흙을 만져보고 작물을 심어보는 체험이 정서 안정과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학부모의 응원 편지도 답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 마을은 앞으로 프로그램을 대폭 손질할 계획이다. 유치원생 중심에서 벗어나 초중고교생은 물론 일반인을 상대로 한 체험과 힐링이 공존하는 내용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꽃 체험 후 주변 볼거리도 풍성한 것도 이 마을의 장점이다. 예안리 고분군은 사적 261호로, 1~7세기 정방형 석실분 등 시대별 유물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 도 지정문화재 125호인 산해정은 조선 중기 대학자인 남명 조식 선생이 강학하던 곳으로 괜찮은 답사지로 꼽힌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