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착지 부산 유엔공원 방문
- 내달엔 사진전·다큐 제작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희생된 연합국 군인 가족 중 아직 한국 땅을 밟아보지 못한 분들이 많아요. 부산시민들이 대신 UN기념공원을 자주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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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재미교포인 한나 김(가운데)이 세계 24개국의 한국전 참전용사를 방문한 후 부산 남구 UN공원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11일 부산 남구 대연동 UN기념공원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한국전쟁 참전 군인을 만나려고 세계 24개국을 여행한 재미교포 한나 김(여·34) 씨다. 지난 1월 19일 미국을 떠나 UN 연합군 파병국가는 물론 당시 상대진영이었던 러시아까지 방문했다. 전사자들의 묘소가 있는 부산은 기나긴 여행의 종착지다.
참전 용사를 만날 때마다 한나 씨는 큰절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참전 기념비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잊혀가는 전쟁을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하기 위해서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 한나 씨는 한국전 참전 용사인 찰스 랭글 미국 연방하원의원(뉴욕주)의 수석보좌관이었다. 랭글 의원이 은퇴하자마자 10년 전 세웠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6살 때 이민을 떠난 한나 씨는 "나도 한국인이라 항상 남북 평화통일을 바랐다. 10년 전 교통사고로 죽을 뻔한 일을 겪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랭글 의원과의 인연도 한나 씨의 계획 덕에 시작됐다. 입법 전공 대학원생이던 2008년 한나 씨는 무작정 랭글 의원을 찾아가 한국전 참전 용사 인정 법안을 발의해 달라고 청원했다. 휴전일인 7월 27일을 미국의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고 한국전 참전 용사의 희생을 기리자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은 2009년 통과돼 시행 중이다.
긴 여행 동안 한나 씨는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간 곳에서 한나 씨는 되레 참전용사에게 "내 손주들도 전쟁 이야기는 물어보지 않는다. 잊지 않고 찾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마다 한나 씨는 "집도 직업도 버리고 떠나온 여행이지만 행복하다. 참전군인들 덕에 전 세계 한국인들이 이만큼 잘 살 수 있게 됐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한나 씨는 에티오피아 참전군인에게 들은 놀라운 이야기도 들려줬다. 에티오피아 군인이 부상당한 한국 군인을 업고 전장에서 후퇴하다 지뢰를 밟는 바람에 폭발로 두 사람의 시신이 섞였다. 숨진 두 사람은 UN 기념공원의 한 묘에 함께 묻혔다고 한다.
한나 씨는 "내가 만나온 참전 군인 모두 부산에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여행 마지막으로 한국에 오니 감정이 북받친다"고 말했다.
다음 달 한나 씨는 국회와 부산시청에서 세계를 돌며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찍은 사진전을 연다. 한국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제작할 계획이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