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영향 미칠까 강경대응 못 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유세현장에서 이모(30) 씨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딸유담 씨와 같이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진촬영 도중 모욕적인 행동을 한 이 씨에 대해 바른정당은 5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마포경찰서는 이날 성추행 혐의로 이 씨를 붙잡아 조사했다.

대통령 선거 유세현장에서 각 당의 선거운동원들이 각종 폭력과 성희롱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근접 경호를 받는 대통령 후보와 달리 선거운동원들은 유권자에게 가깝게 다가가 특정 후보의 지지를 부탁해야 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위협에 쉽게 노출돼 있다. 특히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의 가족이나 유명인들은 강제적인 신체접촉 등에 시달리며 속앓이를 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27일 부산 부산진구 가야동에서 유세하던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이 폭행을 당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정모(57) 씨는 가야1 치안센터 앞에 세워진 민주당 유세 차량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고 민주당 부대변인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경찰에서 밝힌 정 씨의 범행 동기는 정치 성향 차이였다.

앞서 같은 달 23일에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40대 중반의 남성이 만취한 채 민주당 유세 차량 주변에서 괴성을 지르다 이를 말리던 선거운동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몸싸움까지 했다. 고양시에서는 사흘 뒤에도 50대 남성이 바른정당 조직위원장의 멱살을 잡은 채 욕설을 했다.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 것에 화가 났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선거 유세 당사자인 대통령 후보들은 각 당에서 고용한 경호원의 근접 경호를 받는다. 일부 대규모 유세현장에는 경찰도 동원돼 신변을 보호해 준다. 하지만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선거운동원들은 폭언과 몸싸움 등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지만 강경한 대응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강경 대응이 자칫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비판하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폭행 등을 당할 경우 곧바로 경찰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사무 관계자나 후보자 연설원 등이 폭행을 당할 경우 경찰과 연계해 대응하고 있다"며 "선거 자유 방해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중범죄"라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