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액 투입 백사장은 되레 줄어
- 구 "관광편의 위해 어쩔 수 없어"

박지희(여·30·서울 강남구) 씨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만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 친구들과 피서를 즐기러 갈 때마다 보행로가 너무 좁아 어깨가 부딪히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박 씨는 "비키니를 입거나 상의를 탈의한 피서객들끼리 자주 부딪치는 바람에 굉장히 불쾌했다"고 회상했다.

일요일인 30일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앞 호안도로(보행로)에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해운대구청은 총 35억 원을 들여 백사장을 줄이는 대신 보행로를 2~4m 넓힐 계획이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 해운대구가 백사장과 맞닿은 해운대해수욕장 보행로(호안 도로)를 넓힌다. 여름철 피서객들이 보행로에서 자주 부딪힌다는 민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행로가 넓어지는 만큼 백사장 폭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2013년 50m가량이던 해운대 백사장은 현재 90m로 넓어졌다.

해운대구는 1일부터 11월까지 35억 원을 투입해 조선비치호텔~엘시티 1.5㎞ 보행로 정비 사업을 한다고 30일 밝혔다. 기존 2~4m 폭인 보행로를 6~8m로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넓어진 보행로 중간중간에는 작은 광장을 만들어 버스킹이나 문화공연이 가능한 복합공간을 만든다. 지난해 태풍 '차바'로 훼손된 보행로를 우선 정비하고 피서철(7월 1일~8월 31일)이 끝난 직후 본격적인 확장 공사가 진행된다.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은 "지난해 피서철에만 1400만 명이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았다. 여기에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는 인파까지 몰리는 바람에 보행로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에 시달린다는 민원이 상당수 접수됐다"고 말했다. 백 청장은 또 "피서객이 느낀 불쾌감은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여기다 '길도 좁은데 반려견 출입은 금지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쳐 보행로 확장에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넓혀놓은 백사장을 다시 좁히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행로를 넓히려면 길이 90m의 백사장 폭이 2~4m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서 해운대구는 2013년부터 부산해양항만청과 공동으로 총 490억 원을 투입해 폭 50m 남짓이던 백사장을 90m로 확장했다. 3년간 60만 ㎥가량의 모래가 투입됐다.

상인 김모(45) 씨는 "해운대해수욕장의 핵심 콘텐츠가 바다와 백사장 아닌가. 지난해까지는 백사장 폭을 넓히다가 올해 보행로 확장을 위해 다시 줄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해운대구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백 구청장은 "좁아지는 백사장의 모래는 재사용할 계획"이라며 "해운대해수욕장 호안 도로가 노후화됐기 때문에 보수가 필요하다. 또 보행로가 확장되면 관광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