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해체·무관심 등에 상처받고
- '1호 처분' 비행 청소년들이 연기

"엄마 얼굴 보고 싶다. 엄마가 해준 음식 맛있었는데…."

28일 연극 '엄마의 바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둥지청소년보호센터 입소 청소년들. 둥지청소년보호센터 제공

28일 오후 부산진구 부전동 청소년문화센터 대강당. 연극 '엄마의 바다' 막이 올랐다. 주연 점순 역을 맡은 김모(17) 양은 자신의 대사를 생각하며 눈물을 훔쳤다. 3년 전 하늘로 떠난 엄마 생각이 떠올라서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현실이 믿기지 않아서 울지도 못했다고 한다.

공연 전 기자와 만난 김 양은 "한없이 미안했던 마음이 세월이 지나면서 무뎌지는 게 싫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엄마와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엄마의 바다' 출연진은 모두 사법형 그룹홈인 둥지청소년보호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이다. 사법형 그룹홈은 가벼운 범죄를 저질러 소년법상 '1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은 저마다 가정 해체나 부모의 무관심과 같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

연극은 소녀들이 자신의 삶과 동질성을 찾을 수 있는 내용이다. 연예인이 꿈인 섬마을 소녀 점순은 엄마가 힘들게 모은 돈을 훔쳐 무작정 상경한다. 사기꾼을 만나 가진 돈을 모두 잃은 점순은 유일하게 내 편이라 믿었던 남자친구에게도 배신당한다. 몸도 마음도 지친 점순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따뜻하게 반기는 가족 품에 안긴다.

연극에 참여하는 소녀들의 말 한마디마다 가족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묻어난다. 점순의 언니 점숙역을 맡은 김 모(18) 양은 "마지막에 엄마와 점순 점숙이 함께하는 장면이 없다. 내가 실제 점숙이라면 동생을 말없이 따뜻하게 안아줬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둥지센터는 지난 두 달간 공연을 준비했다. 극단 다아코노스의 김태연 단장이 "연극으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마음을 열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부터다. 연극을 시작한 이후 소녀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무단이탈하는 일이 크게 줄어드는 변화도 일어났다.

임윤택 둥지센터장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연기를 잘해서 칭찬을 많이 받으니까 신이 나는 것 같다"며 "여러 이유로 자신의 삶에서 주인이 되지 못했던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주인공이 되니까 정성을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공연을 두 차례 하는 내일(29일)을 대비해서 오늘은 치킨과 피자를 먹기로 했다"며 손뼉을 치는 소녀들 얼굴에서는 그늘 한 점 찾을 수 없었다.

배우로 나서는 이 모(16) 양은 "연극을 보는 분들이 제목처럼 바다처럼 넓고 따뜻한 엄마의 사랑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엄마의 바다'는 부산가정법원과 디아코노스·동심밥심후원회 후원으로 29일 오후 4시30분과 7시30분 두 차례 공연된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