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현장 변화 예고

- 암기·서열화 탈피한 창의 교육
- 발표·글쓰기·팀 활동 통해 평가
- 수업도 프로젝트·토론 위주 재편

# 학부모·교사 반응

- "교사 평가권 강화는 바람직"
- 성별 간 편차·채점 공정성 고려
- "시험 압박 줄겠지만" 준비 난감
- 논술 등 사교육 부추길 우려도

2018년 부산의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 20명 남짓한 학생이 다섯 모둠으로 나눠 수업 중이다. 교탁 앞에 선 교사는 두 명. 담임과 사서 교사가 '환경'을 주제로 융합 수업을 진행했다. 하굿둑·간척지·댐과 같은 용어가 등장했다. 담임 교사가 잠시 개념을 설명하자 사서 교사는 인간이 환경을 개발해 이용하는 사례로 하굿둑 이야기를 들려줬다. 초등학생들은 인간과 환경의 상호보완적 관계에 대해 토론하고 저마다 결론을 적었다.

내년부터 부산의 교육현장에서 자주 등장할 풍경이다. 부산시교육청이 객관식 평가 폐지를 결정한 것은 '정답 고르기식'의 지필고사 대신 토의·토론 수업이나 발표·모둠활동을 통해 '결과보다 학습과정'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현재 객관식 오지선다형 평가는 어린 학생들의 사고력을 가두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창의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견해다.

내년부터 부산지역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평가가 전면 폐지된다. 사진은 27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교육대학 부설초등학교 학생들의 수업 장면.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교수법부터 학습법까지 대변화

객관식 평가가 학습결과 평가를 통한 서열화가 목적이었다면 서술·논술 중심 평가는 생각하는 능력과 적성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둔다. 가르치는 방식과 평가 방법도 질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내년부터 초등학교 수업에서 교사의 강론보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정답을 찾는 수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암기 중심의 단편적 지식 교육에서 벗어나 융합과 프로젝트·토론 위주로 수업이 재편된다는 것이다.

객관식 평가 폐지는 교사의 수업 구성권·평가권 확대와 직결된다. 구두·글쓰기 평가가 활성화되고 역할극을 비롯해 새로운 교수법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교사 개인이 직접 문제를 개발하기 힘든 경우 부산시교육청이 제공하는 문제은행에서 서술·논술형 평가 문항을 참고할 수 있다.

특히 교사는 채점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상담을 통해 인성과 특징을 이해할 수 있다. 학부모는 기존의 '도달' '미도달'의 이분법적 평가가 아니라 자녀의 수업 태도와 변화 과정에 대한 정보가 적힌 서술형 통지서를 받게 된다.

학생은 기존 기출문제 풀이식으로 공부하면 우수한 서술형 평가 결과를 얻기 힘들다. 따라서 꾸준한 독서와 탐구활동을 통해 폭넓은 어휘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학부모가 지도해야 한다. 예체능을 제외한 국어 수학 사회 등 교과 중심의 보습 사교육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평가 신뢰성 확보 관건

객관식 평가 폐지는 과정·체험 중심의 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와 교사는 서술·논술형 평가의 객관성과 사교육 개입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정모(38) 씨는 "시험 압박은 다소 줄겠지만 과연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당장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논술과 토론 사교육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부 교사도 "교사의 평가권을 강화하는 취지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서술형 평가는 객관성이 관건이다. 특히 논술평가와 같은 글쓰기 능력은 남녀 학생 간 편차도 크다. 이러한 현장의 고민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은 구체화된 평가 지침과 예시 자료집을 만들어 현장에 배포할 계획이다. 김숙정 유초등교육과장은 "객관식 평가 폐지는 과거와 달리 반별 학생 수가 20명 이하로 줄면서 개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얼마나 잘 외우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학생 개개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지를 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