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보 변호사에게도 업무 맡겨

은행 전직 지점장들을 등기사건 수임 브로커로 고용해 부산과 대구의 등기사건 4만여 건을 싹쓸이(본지 지난 2월 3일 자 2면 보도)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와 사무장이 구속기소됐다. 전직 지점장들은 10억 원이 넘는 수수료를 받고 56억 원대 등기사건을 알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검 법조비리 단속전담반(반장 정종화 강력부장검사)은 시중은행 전직 지점장 15명에게 등기 사건 알선수수료를 지급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대구와 부산에 사무소를 둔 A법무법인 대표변호사 김모(62) 씨와 사무국장 차모(57)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부산 분사무소 사무장과 전직 지점장 출신 브로커 15명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모두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변호사 김 씨는 2014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브로커들을 '법무실장'으로 등록했다. 또 대구와 부산에서 각각 2만2100여 건과 1만7500여 건의 등기 사건을 알선받아 10억4000만 원 상당의 수수료를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당 수임료의 20~22%가 알선수수료였다.

전직 지점장들은 과거 근무했던 은행 직원들에게 식사와 골프 접대를 한 뒤 '덤핑 가격'으로 대규모 등기 사건을 유치했다. 통상 주택 구매자들은 매매 잔금 대출을 받을 때 은행이 추천하는 변호사나 법무사에게 등기 업무를 맡긴다. 기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부산법무사회는 이러한 관행을 노리고 A법무법인이 전관을 대거 영입해 알선 수수료를 지급하는 불법 영업 행태를 했다며 지난해 11월 검찰에 고발했다. A법무법인은 경력이 짧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고용해 등기 사무를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존경쟁에 내몰린 변호사들이 법무사의 전유물이던 등기 사건 시장에 뛰어들면서 초보 변호사들에게 등기사건 처리를 맡긴 것이다.

법무사들은 고용 직원 수가 5명으로 제한된 반면 변호사들은 이러한 제한이 없다. 법무법인이 브로커들을 직원으로 등재한 뒤 이들이 유치해온 사건의 알선수수료를 지급하는 범행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지검은 "브로커를 이용한 등기사건 수임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법무사와 변호사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법조브로커를 양산한다"고 말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