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료 못내 문 닫는 공방 속출
- 예술활동 접고 식당·공장 취업도
- 기금조성·금융 지원책 등 필요

국내에서 손꼽히는 '분청자기의 고장'인 경남 김해의 도예인들이 경기 불황으로 생활고에 신음하고 있다. 도예 공방의 폐업마저 속출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명맥마저 끊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남 김해시 진례면 도자의 거리가 손님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하다. 박동필 기자

16일 김해도예협회에 따르면 30~40년 전부터 김해 진례, 한림면 일대에 도예 공방이 조성되기 시작해 현재 협회 회원만 93명, 비회원까지 합치면 130명의 도공이 공방을 운영 중이다. 매년 10월 열리는 김해 분청자기 축제는 경기 이천(청자), 여주(백자) 도자기 축제와 함께 국내 3대 도자기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도예공방 거리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분청자기를 전시·판매하는 김해시 진례면 진례로 일대 김해 분청도자 거리에는 최근 방문객의 발길이 거의 끊겼다. 16일 오후 찾은 이 거리에는 생활 및 예술 도자기 전시장 10여 곳이 줄지어 있지만 방문객을 찾기가 어려웠다.

A 공방 관계자는 "평일 판매액이 50~60% 줄었다. 먹거리 등 필수 소비재가 아니다보니 경기불황 등으로 도자기 시장이 얼어붙은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인근 B 전시장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평일 10여 명이 찾았지만 지금은 2~3명꼴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대부분 구경만 하다 간다"며 "한점에 수백만 원 하는 예술 도자기가 지난해까지 월 5~10점은 나갔지만 지금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 도자기 전시장은 월 임대료 30만~100만 원을 부담하고 있는데 이 같은 불황이 지속되면 폐업이 속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공방 3, 4곳이 폐업해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방이 폐업한 것은 이례적으로 도예인들의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다.

이곳 한 도예인은 "부부가 공방을 운영하는 영세한 도예인들이 많은데 장사가 안되자 부인이 식당이나 공장으로 돈을 벌러가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강효진 김해도예협회장은 "공방도 기업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자금을 쓸 수 있지만 담보 여력이 없는 곳이 많아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도예협회 관계자는 "도예가들의 생활고가 심화되는 만큼 시나 상공회의소 차원의 기금 조성이나 금융 지원책이 절실하다"며 "향후 1년 내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도자기 고장 김해의 명성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