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야구팀 '테미스'의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앳된 수비수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가 휘두른 배트에 맞았다.

지난 15일 부산 기장군 도예촌 야구장에서는 특별한 야구시합이 열렸다. 녹색 유니폼의 보호소년들과 붉은색 유니폼의 '테미스'의 2번째 친선경기다. 녹색 유니폼 아이들은 박정태 롯데자이언츠 2군 감독이 이끄는 레인보루 카운트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1급 보호처분을 받고 청소년회복센터(그룹홈) 소속이다. 붉은 유니폼은 부산고법, 부산지법, 부산가정법원의 판사와 공무원들로 구성된 팀이다.

아이들은 테미스를 꺾는다는 목표로 박 감독 밑에서 1주일 2차례 훈련을 받았다. 각 그룹홈별로 별도의 개인훈련도 진행했다. 6회까지 진행된 이날 경기는 11대 11 무승부였다. 부산고법 이혁 판사(테미스 단장)은 "아이들 실력이 지난해와 비교할바가 아니다. 특히 수비 움직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첫 친선경기는 아이들과 테미스 선수들이 섞여서 경기를 치렀지만, 이번에는 각자의 팀으로 나눠 경기를 진행했다. 1급 보호소년은 주로 오토바이 절도 등 비교적 가벼운 범죄로 처벌을 받은 아이들이다. 부산가정법원은 아이들에게 설교 100마디 보다 땀을 흘리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하루의 경험이 청소년 선도에 더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 경기를 진행했다.

두드림청소년회복센터 양동헌 센터장은 "운동하는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비율이 적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운동을 통해 땀 흘리는 아이들이 점차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출전한 아이들은 오는 6월 국재교류재단을 통해 일본팀과의 친선경기도 진행한다. 이를 위해 다음 달부터 합숙훈련도 한다.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은 "일순간 비행에 빠졌던 아이들이 운동을 통해 제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경기를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땀 흘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