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광안대교 요금 감면'도 유사
- 지나친 눈치보기 의원자격 의심

부산 해운대구의회가 '부산시 정책은 비판하지 않는다'는 일부 의원의 태도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버스중앙차로(BRT) 사업 철회 결의안도 이런 이유로 부결됐다. 권력기관을 견제하라고 뽑아 놓은 지방의회가 행정의 꼭두각시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해운대구의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제226회 임시회에서 '해운대 올림픽교차로~중동지하차도 버스중앙차로 사업 철회 결의안'이 찬성 8표와 반대 9표로 부결됐다.

결의안에는 '부산시가 BRT 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해 국민 혈세가 낭비된다. 올림픽교차로~중동지하차도 BRT를 중단하거나 우회도로를 마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방의회의 결의안은 법적 영향력이 없지만 지역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논란은 임시회가 끝나고 진행된 간담회에서 불거졌다. 복수의 의원에 따르면 A의원은 '부산시 정책은 비판하지 않겠다'며 자신이 결의안 채택에 반대한 이유를 밝혔다. 특정 정당 소속 몇몇 의원도 이런 분위기에 동참했다. A 의원은 서병수 부산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공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해운대구의회 내부에서도 '너무 지나친 보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해운대구의회 한 인사는 "특정 정책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에 결의안 채택이 부결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특정인을 염두에 둔 '눈치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행정기관의 정책을 비판할 수 없다는 사람이 의원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반면 A 의원은 "BRT 사업은 국비가 투입되는 사업이어서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의원의 '부산시 감싸기' 기조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해운대구의회는 '해운대 신도시 주민 광안대교 요금 감면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역시 내부 반대로 부결됐다. 당시 의회 내부에서는 '부산시와 서 시장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의원은 "배덕광(해운대을) 국회의원이 엘시티 비리에 연루돼 구속 수감되자 서 시장 눈치를 보는 의원이 더 많아졌다. 한심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앞서 부산시는 올림픽교차로~송정 BRT 공사를 추진하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히자 올림픽교차로~중동지하차도 구간 사업을 중단(본지 지난 6일 자 1면 보도)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