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벌 없이도 시험 만으로 승부
- 질 좋은 일자리·복지제도 매력
- 부산시 지방직 3536명 지원
- 국가직 22만 명 응시 역대 최다

- 공시생 증가 경제손실 연 17조
- 지속땐 국가경쟁력 저하 우려

'1% 경쟁'이 시작됐다. 2017년 제1회 국가직 9급과 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이 8일 시행된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2% 미만이다. 10대부터 50대까지 전국적으로 25만 명 이상이 목을 매는 탓이다.

	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한국고시학원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스펙도 없고 '빽'도 없는 취업준비생에게 공무원은 오직 성적 하나로 평가받는 최고의 직장으로 꼽힌다. 반면 공시생이 늘어날수록 사회적 활기가 떨어지고 경제적 손실도 커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회복지직을 비롯한 6개 직렬에서 445명을 뽑는 제1회 부산시 9급 지방직 공무원 시험의 응시생은 3536명이다. 경쟁률은 국가공무원 9급과 시험일이 겹친 탓에 지난해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7 대 1을 넘는다.

국가공무원 9급 시험에는 역대 최다인 22만8368명이 응시했다. 국가직 9급 선발 인원은 4910명으로 합격률은 1.8%에 불과하다.

9급 국가직 응시생은 2011년 14만 명에서 2013년 20만 명을 돌파하더니 지난해 22만 명으로 늘어났다. 한 해 대학 졸업생에 버금가는 인원이 9급 공무원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7일 부산진구 서면의 학원가에서 만난 김모(22) 씨는 끼니도 거른 채 강의실 책상에 앉자마자 전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기 바빴다. 김 씨는 "학교 공부와 공무원 시험 준비를 동시에 하려면 시간을 아껴야 한다"며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겼다. 그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 어렵다"며 "대학 생활을 즐기고도 싶지만 안정된 직장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선택한 길"이라고 말했다.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강모(28) 씨는 "학원에 고교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에 가지 말고 미리 시험을 준비할 걸 그랬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이유는 '짤릴' 걱정이 적기 때문이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의 '공시 준비 청년층 현황 및 특성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고용 안정성이었다.

청년세대(20~34세) 6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경제활동 미경험자의 48.4%가 진로 및 직업 선택 주요기준으로 고용 안정성을 1·2위로 꼽았다. 경제활동 경험자의 경우 55.5%까지 올라갔다.

'평등한 기회'도 공무원의 매력이다. 공무원 시험 외 취업 준비를 해본 경제활동 경험자와 미경험자 중 40%가 자신의 스펙이나 환경이 취업에 불리하다고 응답했다. 공무원 시험은 모두가 동일한 선상에서 같은 방식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공직사회는 육아휴직을 비롯한 복지제도도 잘 갖춰져 있다. 학벌이나 편법이 적용되지 않는 시험을 통한 선발은 청년층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한 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 진로를 바꾸기도 어렵다. 시험 과목인 국어·사회·과학은 민간기업 취업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빠지는 공시생도 상당수다. 최근 서울 동작구가 공시생 120명을 검진한 결과 70%가 우울증 및 자살 생각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시험에 매몰되는 현상이 국가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근본적으로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는 공시 열풍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4년제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31만5000명으로 전체 실업자 98만5000명의 32%를 차지했다.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경제적 손실도 급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4일 공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생 증가에 따른 사회적 손실만 연 17조1429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1.1% 규모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15~29세) 인구는 2011년 약 18만 5000명에서 지난해 25만7000명으로 38.9%(7만 2000명) 증가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