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 제공
- 박영수 "고질적인 정경유착"
- 변호인 '대화 인용' 근거 따져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그룹의 초호화 변호인단이 격돌하는 '세기의 재판'이 시작됐다.

박영수 특별검사(왼쪽), 이재용 부회장

박근혜(65·구속) 전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기소)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의 첫 공판이 7일 열렸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특검은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을 풀기 위해 거액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이 예단과 추측으로 수사했다"며 맞받았다.

이례적으로 박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가 이날 직접 '등판'해 공소유지에 나섰다. 이 부회장 측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주축으로 법관 출신인 송우철·문강배 변호사 등 9명이 변론에 나섰다.

박 특검은 "(이번 사건은) 한 마디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이고 전형적인 정경유착 범죄다. 특검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국정 농단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최 씨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에 관여하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해 사익을 취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인 최 씨의 국정 개입과 사익 추구를 위한 정경유착의 두 가지 고리를 확인했다"며 "그 핵심이 삼성 뇌물 사건"이라고 부연했다.

박 특검은 "정경유착으로 2명의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수많은 공직자와 기업가가 처벌받았는데도 그 고리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특검의 수사 대상은 삼성이 아니라 사실상 총수인 이재용과 그와 유착돼 부패범죄를 저지른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이다. 최 씨와 관련 없는 기업 비리는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특검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은 우리나라 역사의 아픈 상처이지만 한편으로는 국민 힘으로 법치주의와 정의를 세울 소중한 계기가 된 사건"이라면서 "앞으로 재판을 통해 국민이 법치주의를 신뢰하고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워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이 부회장 측은 "문화 융성과 스포츠 발전을 명분으로 한 대통령 요청에 대가성 없이 지원한 게 핵심"이라며 "사업구조 개편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지 경영권 승계 작업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특검 수사가 "예단과 선입견에 기반한다"며 조목조목 지적했다.

변호인은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사건의 핵심이다. 특검은 당시 대화 내용을 직접 대화 형식으로 인용했다. 피고인은 부인하는데 대통령은 인정했나. 다른 청취자가 있나. 녹취록이 있나. 무슨 근거로 직접 인용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따졌다. 또 "재단에 출연한 현대차와 LG는 피해자로 나오는데 삼성만 뇌물 공여자가 되고 있다"며 특검을 비판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