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0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 서면역 등의 게시판에 '수능' 문제가 걸렸다. 청년고용 대신 퇴직자를 재고용하고 있는 부산교통공사를 비판하는 7개 문제가 수능 형식으로 실린 것이다. 지나가던 20~30대들이 발길을 멈추고 문제지를 자세하게 살펴봤다.

	부산지하철노조가 내건 수능 문제지. 부산지하철노조 제공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은 지난 5일부터 부산도시철도 1~4호선 총 103개 역에 300장의 '부산지하철 영역(청년고용과 외주화)'이란 문제지를 부착했다고 7일 밝혔다. 노조는 수능을 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부산교통공사의 청년고용 제로, 외주화 확대 등을 알리기 위해 직접 문제를 냈다.

　문제를 살펴보면 보기부터 독특하다. 지난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사가 향후 10년간 신규채용할 인원을 묻는데 보기는 0명~3명까지밖에 없다. 정답은 0명이다. 공사가 지난 1월 향후 10년간 퇴직하는 1016명을 뽑지 않고 기간제 노동자나 외주화를 확대하겠다는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 청년고용촉진법에 따라 공사는 내년까지 매년 정원의 3%를 청년으로 뽑아야 한다. 문제지는 올해와 내년 공사의 청년 신규채용 인원을 묻는데 정답은 재창조 프로젝트에 따라 또 0명이다. 이 밖에도 문제지는 공사 퇴직 간부의 기간제 노동자 재고용, 외주화 확대, 관변단체 용역 몰아주기에 대해 비판했다.

　문제를 풀어본 한국교통대 4학년 김준형(25) 씨는 "공사의 노사 갈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문제지다. 재창조 프로젝트도 문제지만 노사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아직 공사의 채용 계획이 없어 취업 문이 줄어들어 걱정이다. 철도를 전공한 친구들은 전공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해당 문제지를 본 한 네티즌은 "시험 문제에는 답이 있지만, 부산교통공사의 경영진은 답이 없다"고 꼬집었다.

　부산지하철 노조 김욱 미디어부장은 "공사가 실제로 청년 고용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젊은 층에 알리고 싶었다. 퇴직자들만 다시 기간제로 재취업하는 것은 악순환일 뿐이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