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도로신설' 이유 들어
- 실상은 정체우려 민원에 백기

부산 해운대구 버스중앙차로(BRT) 건설 계획이 대폭 축소됐다. 교통 여건이 변해 BRT 효과가 기대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BRT 사업으로 정체만 심해진다는 민원도 한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대중교통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해운대 올림픽교차로~송정삼거리(7.1㎞) BRT 구간 중 중동 지하차도~송정삼거리 4㎞ 구간 사업이 잠정 보류됐다. 올림픽교차로~중동 지하차도(스펀지) 3.1㎞만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해 원동나들목~올림픽교차로 BRT를 마무리한 부산시는 올해 12월까지 160억 원을 투입해 송정삼거리까지 BRT를 개통할 예정이었다.

BRT 구간이 대폭 줄어든 표면적인 이유는 도로 개통이다. 우선 오는 12월 부산외곽순환도로가 개통되고 과선교가 철거된다. 만덕~센텀 지하고속도로는 이르면 내년 착공한다. 장기적으로 교통 여건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BRT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준승 시 교통국장은 "BRT는 2009년 처음 제안됐던 사업"이라며 "당시에는 과선교 철거나 지하 고속도로 건설을 비롯한 변수를 예측하지 못했다"며 "부산외곽순환도로가 개통하는 올 연말께 교통 흐름을 지켜보고 중동 지하차도~송정 구간 BRT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송정동은 동부산 개발에 따른 대중교통 수요 변화를 추가로 따져봐야 한다. BRT의 완결성을 위해 과거의 계획을 밀어붙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BRT가 준공돼도 실효성보다 불편이 크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중동 지하차도~송정 BRT에 포함된 좌동 신시가지는 버스 노선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 현 정류장을 없애고 BRT를 따라 새 노선을 집중시키면 승객의 동선이 길어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여론에 밀려 BRT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해운대는 'BRT 공사로 교통정체가 우려된다'는 민원이 극심했던 곳이다.

해운대구의회 의원 8명은 최근 옛 해운대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RT 전면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의원들은 "도시철도 2호선 구간이 함께 있어 대중교통끼리 경쟁만 될 뿐 교통 분산 효과는 없다. 병목현상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원동IC~올림픽교차로 BRT 구간의 버스 속도는 빨라진 반면 승용차 속도는 느려졌다. 시는 민원이 거세지자 "동래~해운대 BRT 전체 구간이 완공되면 정체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한편 시는 올림픽교차로~운촌삼거리(1.3㎞) 구간만 오는 7월 우선 개통할 예정이다. 운촌삼거리~중동 지하차도 구간(1.7㎞)은 해수욕장 개장시기를 피해 공사를 진행, 내년 초까지는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