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는 최근 장전동 경로회관 재건축을 위해 바로 옆 주택가 131㎡를 5억 원에 사들였다. 지은 지 16년 된 경로당을 새로 짓는다는 소식에 "예산이 남아도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종민 금정구의원은 "우선순위가 한참 아래인 경로당 예산을 어떻게 확보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땅 매입비 5억 원은 박성명 부산시의원이 확보한 '자치단체 자본보조금(이하 자자보)'이다. 부산시는 매년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법적 근거도 없이 시의원에게 자자보를 배정하고 있다. 2015년까지 시의원 1인당 5억 원이던 자자보는 지난해부터 6억 원으로 늘었다.
시와 시의회가 '짬짜미 편성'을 하는 자자보를 놓고 비판이 거세다. 예산 편성권이 없는 시의원 47명이 연간 총 282억 원을 견제 없이 공약사업이나 민원 해결에 쌈짓돈처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자자보는 '숨겨진 예산'으로 불린다. 시의원이 구·군과 협의해 특정 사업을 선정하면 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더라도 연간 6억 원을 무조건 배정한다. 예산 항목에는 'OO 사업'으로 표기되므로 자자보 사업 여부는 시·기초자치단체·시의원 3자만 알 수 있다.
재선인 A 시의원은 "자자보는 우리가 유일하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예산"이라고 말했다. 2012년 시의회 의장 선거에서는 한 후보가 '자자보 예산 증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자자보 용도를 놓고 자치단체장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다. 최근 B 시의원은 자신 몫의 자자보를 구청장이 다른 용도로 쓰려고 하자 '자자보 예산을 내려주지 말라'고 시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자보 사업은 대부분 지방재정법에서 정한 중기 재정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 C 시의원은 "지난해 D구 경로당 신설비가 예산안에 포함됐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동료 의원 자자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자보 예산은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덧붙였다.
시가 자자보 편성에 관대한 것은 '견제 기관과의 원만한 관계' 때문이다. 부산대 최병호(경제학과) 교수는 "자자보는 국회의 쪽지예산과 같은 '담합'이자 '네고'이다. 자자보 때문에 깜깜이 예산 심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견제장치 없이 일률적으로 예산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호걸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