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계단 중 40계단 건반 설치
- 5옥타브 내 실제 연주도 가능
- 18일 공개…다양한 공연 추진
- 동피랑 이어 새 관광명소 기대

경남 통영의 새로운 관광코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서피랑(서쪽의 비탈) 언덕에 실제 연주가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의 피아노 계단이 조성됐다.

서피랑 피아노 계단 조성을 제안한 통영시 김용우 명정동장이 5옥타브를 연주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피아노 계단에서 실제 연주를 시연하고 있다. 박현철 기자

통영시는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등굣길이었던 서피랑에 그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고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 제공을 위해 5옥타브 피아노 계단을 조성했다고 19일 밝혔다.

피아노 계단은 서피랑 벼락당의 기존 144계단을 활용해 '높은 음자리표'를 형상화한 곡선 계단이다. 이 중 40계단은 5옥타브를 실제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건반으로 만들어졌다. 국내 피아노 계단 중 유일하게 반음까지 정확히 낼 수 있어 모든 곡 연주가 가능하다. 피아노 계단 맞은편에는 연주 지휘석까지 마련돼 있다. 피아노 계단 뒤편으로는 수령 250년 된 후박나무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그 주위로 관람석을 만들었다.

피아노 계단 일대는 각종 음표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들어서고 유채 꽃밭과 어울려 음악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서피랑의 기존 관광코스로 유명한 박경리 선생의 어록이 새겨져 있는 99계단과는 오솔길(200m)로 연결해 사색과 힐링의 장소로 꾸몄다.

시는 정식 개장식을 가진 이후 윤이상 선생이 작곡한 지역 초등학교의 교가 연주 대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대통령 선거 이후 개장식을 가질 계획이지만 벌써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이 몰려들자 지난 18일 일반에 공개했다.

이 피아노 계단은 서피랑 언덕의 행정관청인 명정동사무소의 김용우 동장이 제안했다. 칡넝쿨과 잡목이 우거진 채로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서피랑의 가장 가파른 언덕인 벼락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2015년 행정자치부의 희망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벼락당의 소리 나는 피아노 계단'으로 응모, 선정되면서 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김 동장은 "재해 위험지에서 국내 최장의 피아노 계단이 조성된 음악공원으로 탈바꿈했다"며 "시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아 마을에 희망과 활력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피랑은 벽화마을로 유명한 동피랑과 마주보고 있는 언덕이다. 동피랑과 함께 양대 달동네로 통영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다. 1945년 해방 이후 집창촌이 형성되면서 지역민조차 찾기를 꺼리는 천덕꾸러기 동네로 전락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마을 중앙을 관통하는 200m 길을 '인사하는 거리'로 지정하면서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집창촌을 오르내리던 99계단은 벽화와 조형물이 조성된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피랑 아랫동네가 박경리 선생의 출생지이자 '김약국의 딸들' 주 배경지로, 문학 투어를 수시로 개최하면서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다.

최근 정비된 서피랑 정상 서포루에서는 통제영과 통영 중심항인 강구안, 맞은편 동피랑 등이 한눈에 들어와 사진찍기 명소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이번에 피아노 계단과 음악공원까지 조성되면서 발상의 전환을 통한 관광코스로 변신하고 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