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경북 문명고 학부모들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국정교과서는 교과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대구지법 행정1부(손현찬 부장판사)는 17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의 신입생 학부모 2명이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본안 소송 격인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소송' 판결 확정일까지 지정처분 효력과 후속 절차의 집행을 정지한 것이다.

재판부는 "국회에서 국정교과서 폐기 여부가 논의되는 등 앞으로 적용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명고 학생들은 이 국정교과서로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며 "국정교과서로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것은 최종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경험으로서 결코 회복할 수 있는 손해가 아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또 "본안 소송 청구가 이유 없다는 것이 명백하지 않으며, 본안 소송에서 판결 확정 때까지 그 효력을 정지시키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경북도교육청이 문제를 제기한 원고 적격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원고들은 이 학교 재학생 학부모로 자녀 학습권 및 자녀교육권의 중대한 침해를 막기 위해서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학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학부모들은 지난 2일 연구학교 지정 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다며 본안 소송과 함께 이 소송 확정판결 때까지 교과서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