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여 일 평의 재판관 이견 조율
- 쟁점 소수의견 예상보다 적어
- '~ 보인다' 대신 '~했다' 표현
- 노무현 탄핵심판은 26분 걸려
10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예상과 달리 짧고 간결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라는 비중과 치열한 법리 다툼으로 인해 결정문이 방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7228자의 결정문을 21분 만에 읽었다.
앞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재판장이 탄핵사유 3개에 대한 결정 요지를 낭독하는 데 26분이 걸렸다. 법조계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는 13개로 노 전 대통령 때보다 방대하고 복잡해 결정 요지를 모두 읽는 데 1시간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선고가 빨랐던 이유 중 하나는 탄핵 쟁점에 대해 재판관들의 소수 의견이 예상보다 적었던 탓이다. 이 권한대행은 선고에 앞서 "휴일을 제외한 60여 일간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했다"고 말해 재판관들의 이견 조율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또 이날 결정문은 단호하면서도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애매한 표현이나 문장으로 다르게 해석할 여지를 두지 않을 정도로 명쾌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상 대법원의 판결문이나 헌재의 결정문은 A4 1장을 한 문장으로 채우고도 남을 만큼 긴 경우가 많다. 또 '~ 보인다' '~ 할 수 있다' '~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처럼 추론·추정 형태의 문장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이날 이 권한대행이 읽은 결정문은 전문을 보지 않고 TV 생중계를 통해 듣기만 해도 쉽게 이해할 정도였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세월호 참사 때 의무 위반 등을 살펴보는 대목에서는 '인정된다' '분명하지 않다' '증거는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부분에서는 더욱 단호한 문장을 사용했다. '관여했다' '이익을 취했다' '위배했다' '침해했다'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결정문의 대미는 파면을 선고하기 직전 나온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 등이라는 표현이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