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최순실·김기춘 공모 적시
- 국가보조금 2000억 쥐락펴락
- 창작 자유 침해로 국민에 피해
- 친정부 보수단체 활동비 지원
- '화이트리스트' 존재도 확인

박영수 특별검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헌법의 본질적 가치에 위배되는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박근혜 정부와 의견이 다른 세력을 '반민주 세력'으로 낙인찍은 것은 '이념적 정책'이 아니라 '정파적 이익'을 위해서라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비판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드는 행위로 보고 '정부 지원 배제'라는 권력형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6일 특검 기자실에 '청와대 게이트'의 최종 수사결과를 담은 자료가 배포된 가운데 취재진이 박영수 특별검사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은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기소) 씨가 김기춘(79·구속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공모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검은 6일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단순히 이념적 정책 방향의 변화가 아닌 '정파적 이익'에 따른 탄압이라고 결론 내렸다. 문예작품의 성격을 떠나 정부·청와대 입장과 다른 견해를 사실상 '반민주' 세력으로 보고 지원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6일 부산 동구 부산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특검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특검은 대표적인 사례로 진보나 좌파로 분류된 적이 없는 순수문예지 '문학동네'를 들었다. 문학동네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책을 발간한 이후 '좌편향' 출판사로 낙인 찍혔다는 것이다.

특검에 따르면 2014년 25종의 책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세종도서에 올랐다. 그러나 문학동네가 그해 10월께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기술한 글을 모아 '눈먼 자들의 국가'를 발간하자 세종도서에 선정된 책은 5종으로 대폭 줄었다. 또 문학동네 등 문예지에 지원하던 10억 원 규모의 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우수 문예지 발간사업'은 아예 폐지됐다. 특검은 단원고 학생들이 포함된 선량한 국민의 희생을 추모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탄압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블랙리스트는 단순히 '이념'의 이유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2000억 원 규모의 국가 문화 보조금을 자신들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잃게 해 문화예술인뿐 아니라 국민에게 피해를 줬다고 봤다. 나아가 문화체육부 공무원들을 최 씨와 일부 편파적 정파 성향을 갖는 정치인들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켜 직업공무원 제도를 붕괴시켰다고 특검은 부연했다.

특검은 동시에 전경련이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활동비를 지원했다는 일명 '화이트리스트'도 공식 확인했다. 특검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경련 임직원들에게 직접 단체별 지원금 액수를 정해 활동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청와대는 2014년 삼성·LG·현대차·SK를 비롯한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자금과 전경련 자금을 합해 약 24억 원을 청와대 지정 22개 단체에 지원했다. 또 2015년 31개 단체에 35억 원, 2016년 22개 단체에 약 9억 원 등 총 68억 원을 지원하도록 한 것으로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4월 시민단체가 서울중앙지검에 전경련의 보수단체 '우회 자금 지원' 의혹 수사를 의뢰한 뒤에도 이 같은 지원은 계속됐다.

특검은 청와대 관계자들이 직권을 남용해 특정 단체에 대한 활동비 지원을 강요한 것이라고 보고 사건 기록과 증거를 검찰로 인계해 수사하도록 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