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밭·과수원 전부인 조용한 동네
- 토광목곽묘·철기·붓·청동거울 등
- 발굴 조사로 유물 쏟아져나와
- 땅 밑엔 거대한 역사의 흔적 남아

- 유적지·유물전시관 탐방하고
- 모내기·단감따기 등 체험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다호리고분군마을은 청동기시대 이전에 마을이 형성됐다. 기원전 1세기부터는 변한의 중심지로 고구려, 중국 등과 활발하게 교역하는 등 거대한 역사가 깃든 곳이다. 마을 어디라도 파면 유물이 출토되는 등 전체가 문화 유적지로 사적327호로 지정되어 있다.

남해고속도로 동창원IC에서 내려 좌회전한 후 의창대로를 달리다가 동읍삼거리에서 주남저수지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이어 국가지원지방도 30호선을 타고 가다 동창원운전학원에서 좌회전 후 마을로 이어진 길을 300ｍ만 가면 농촌체험휴양마을인 '다호리고분군마을'을 만날 수 있다.

다호리고분군마을은 서쪽에는 구룡산, 남쪽에는 정병산이 버티고 있는 등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버드나무가 심어진 곳만 트여 있다. 마을에는 지금의 고속도로 휴게소 역할을 했던 오마등도 있었다. 오마등은 다섯 마리 말을 묶어둘 수 있는 여각으로 한양으로 가던 중 쉬었다 가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흔적도 없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다호리고분군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찾은 학생들이 마을 한가운데에서 유물 발굴 체험을 하고 있다.

■마을 곳곳에 유물

마을에는 43가구 129명이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고 있다. 이 중 10여 가구는 의성 김 씨, 또 10여 가구는 연안 김 씨이다.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한 후 두 집안이 항상 같은 비율로 살았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겉으로는 논과 밭, 단감 과수원이 대부분인 조용한 농촌 마을이다. 그러나 마을 아래에는 거대한 역사가 묻혀 있다. 구릉과 산, 논 등 어느 곳이나 파헤치면 유물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선조들이 물을 구하기 쉬운 구릉이나 산 인근에서 살았기 때문에 구릉 등에서 토기 파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호리고분군마을 김주관(64) 위원장은 "어릴 적에 대나무나 쇠로 창을 만들어 유물 찾기를 많이 했다. 발을 구르면 유물이 있는 땅속에서는 '둥둥' 울림소리가 났고 죽창이나 쇠창으로 찔러보면 무엇인가 부딪히는 느낌이 났다. 파보면 어김없이 유물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통 된장 담기.

땅속에서 나온 옹기 안에는 유골은 없고 구슬이나 칼, 옥 등 가야시대 유물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30∼40년 전 마을 곳곳에서 유물이 출토되다 보니 많은 도굴꾼이 찾아와 밤을 밝혀가며 유물을 훔쳐가기도 했다.

마을을 중심으로 엄청난 유물이 묻혀 있다는 것이 곳곳으로 알려졌다. 1988년 9월 다호리 일대가 사적지로 지정됐고 1992년까지 7차에 걸쳐 발굴 조사를 했다. 그러나 아직 발굴되지 않은 고분이 얼마나 더 있는지 짐작할 수 없다. 발굴이 이뤄진 고분군에서는 기원전 1세기부터 3세기로 추정되는 70여 기의 토광목곽묘, 옹관묘 등이 확인됐고 철기와 붓도 출토됐다.

김 위원장은 "고분에서 덩이쇠가 나오고 중국의 청동거울, 오수전(중국 한무제 때 만든 화폐)도 나와 이 일대가 철기문화 중심지이고 중국 등과 활발하게 교역이 이뤄졌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또 붓 다섯 자루는 당시 문자 문명이 발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자랑했다.

인근의 '대미'란 지명에서도 활발한 교역이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지명은 배를 밀어대는 곳이란 의미다.

이곳에서 붓이 발견된 내력 때문인지 몰라도 서예가, 교수, 시인 등이 많이 배출됐다. 그중 서예가 다천 김종원 씨는 다호리에서 발굴된 붓을 화두로 문자의 현재적 의미와 미래를 전망하는 문자문명전을 2009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마을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역사·농촌체험을 한곳에서

	콩 타작체험 모습. 다호리고분군마을 제공

겉으로 보기에는 마을에 이렇다 할 유적의 흔적이 없으나 2009년 팜스테이와 '살고 싶고 가보고 싶은 농촌마을 100선',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선정되고 다양한 역사체험, 농촌체험 등을 추진한 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인기가 높아졌다.

마을에 마련된 전시관에는 진품이 아닌 모조품이나 쇠도끼, 청동거울, 청동칼, 칼집, 붓, 부채, 굽다리 접시, 잔, 두형토기, 대나무 바구니 등이 전시돼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봄에는 감자 수확과 봄나물 캐기, 손수건 탁본, 모내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여름에는 미꾸라지·우렁이 잡기, 옥수수 수확 체험, 연칼국수·연밥 만들기, 가을에는 고구마·땅콩·단감·벼 수확 체험, 메뚜기 잡기 등 마련되어 있다. 겨울에는 연 만들어 날리기. 제기차기, 전통놀이 등의 체험이 가능하다.

손두부와 인절미, 종이탈 만들기, 경운기·당나귀 수레 타기, 다호리 유적지 탐방, 조릿대 터널 탐험은 연중 할 수 있다. 조릿대 탐험은 마을에서 구룡산으로 이어진 700여 ｍ의 길을 따라 산을 오르면서 산림욕도 하고 울창한 조릿대로 터널을 이룬 곳을 지나면서 각종 자연생태 체험을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가을에는 문자문명전뿐 아니라 다호리고분군마을 축제도 열린다. 많이 찾아와 다양한 체험과 축제를 즐기고 추억도 많이 만들어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주변 볼거리

- 다호리 주말농장 도전해보세요

	다호리고분군마을 내 주말농장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이랑을 고르고 모종을 심고 있다.

다호리고분군마을 내에 있는 주말농장의 인기 또한 대단하다. 해마다 1월부터 분양이 마무리될 때까지 신청을 받고 있다. 분양 면적은 1계좌에 20㎡이며 분양 금액은 5만 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주말농장을 분양받은 후 제대로 농작물을 키울 수 있을까' '분양 초기 모종을 심을 때는 의욕적이나 자주 못 가 애물단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않아도 된다.

마을에서 분양 금액을 받는 대신 밭갈이와 이랑 만들기, 잡초 뽑기 등을 해준다. 봄철 모종을 심는 날, 밭에 퇴비를 뿌리고 준비한 모종을 심은 후 가끔 들러 가꾸기만 해도 수확량이 쏠쏠하다.

상추 등 일부 모종은 마을에서 마련해 주기도 하며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 오이, 부추, 파 등의 모종을 따로 마련해 심어 매주 수확해 먹으면 그 맛이 환상적이다. 벌써 일부 이랑에서는 봄동과 시금치가 겨울 추위를 이기고 파릇하게 돋아났다.

김주관 위원장은 "주말농장에 모종을 심는 날이면 마을 전체가 사람들로 북적인다. 원두막도 마련되어 있어 상추 등 채소를 수확한 후 곧바로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도 있다"며 "여름에는 마을 인근 저수지에서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수확한 것을 먹고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어 날이 갈수록 주말농장에 참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