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평원 상근위원 5명 불구속

신약의 건강보험급여 등재와 약값 결정 권한을 가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소속 전·현직 진료평가위원들이 제약회사로부터 뒷돈을 받았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신약 보험 등재 여부를 정부가 결정하는 구조 탓에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조용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약속)과 배임수재 혐의로 한 대학교 임상약학대학원장 A(61·약사)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진료심사평가위 상근위원 B 씨를 포함한 5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제약회사 임직원들로부터 신약 등재 심사 정보를 알려주고 약값을 높게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1억1000만 원과 2000여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진료평가위원 활동 당시 제약회사로부터 원가 140원가량의 신약을 심사평가원 고시가격 400원 이상으로 올려주면 3000만 원을 받는다는 이면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A 씨의 비리는 진료평가위 임기가 끝나고서도 계속됐다. A 씨는 자신과 같은 대학에서 근무했던 진료평가위 B(62) 위원에게 600만 원을 주고 심사평가원의 약값 관련 정보를 넘겨받았다.

검찰은 국내 4개 제약회사가 A 씨가 소속된 대학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비 4억1000만 원을 보낸 것도 확인했다. 그러나 형법상 제3자 배임수재 처벌규정이 신설(지난해 5월 29일)되기 이전의 사건이어서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A 씨에게 뇌물을 주거나 제공을 약속한 제약회사 부사장 E(51) 씨를 비롯해 3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동부지청 조용한 부장검사는 "의약계 비리로 인해 성실하게 건강보험료를 낸 사람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심사평가원 심사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고 유사비리 발생을 차단할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장이 아닌 국가가 약값을 결정하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부분 신약이 연구개발비가 거의 없는 복제약인데, 원본 약값의 60~80%의 가격대로 책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개업의는 "최근에는 대다수 의사가 제약사의 리베이트를 멀리하고 있다. 심사평가원의 약값 결정 과정을 개선해 카피약을 최대한 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면 리베이트 관행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2013년 1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제약회사 직원으로부터 2회에 걸쳐 1억2000만 원을 받은 부산지역 병원장 C(47) 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성장호르몬제 처방과 판매 확대 청탁 대가로 18회에 걸쳐 1억100만 원을 받은 서울 지역 의사 D(70)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