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병원 교수 4100만 원 받고
- 의약품 도매상에 USB로 넘겨
- 징역 6월 집유1년 '면허 정지'
- 5명, 400만~1000만 원 벌금선고

부산의 한 대학병원 의사들이 의약품 도매상에게 환자 개인정보 29만 건을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약품 도매상은 특정 의약품 처방 비율에 따라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5부는 특정 의약품 처방에 따른 대가로 4100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약회사 도매상으로부터 받은 혐의(배임수재·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A대학병원 교수 B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B 씨 외 나머지 의사 5명은 500만~3000만 원을 리베이트로 받은 혐의가 인정돼 벌금 400만~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의약품 도매상 C 씨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4억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의약품의 선택이 치료 적합성보다 리베이트 제공 여부에 따라 좌우될 소지가 크다. 환자의 약값 부담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한 요인이 된다"면서 "B 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범행을 자백하고 전과가 없는 점을 감안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B 씨를 제외한 나머지 의사 5명은 1심형이 그대로 확정되더라도 자격은 유지된다. 금고형 이상이 확정되지 않으면 의사 자격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벌금형만으로는 의약품 리베이트와 관련된 범죄를 근절할 수 없어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판결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환자 개인정보 유출이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도매상 C 씨는 대학병원 교수와 의사들에게 처방 내역에 따라 리베이트를 지급하기 위해 환자 처방내역이 담긴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았다. 또 2014년 8월부터 2016년 5월까지 A병원 프로그램에 접속해 29만574건의 환자 진료 및 처방내역을 휴대용 저장장치(USB)에 저장한 뒤 빼돌렸다.

심지어 의사들은 병원 직원의 눈을 피하기 위해 주말이나 공휴일에 병원으로 C 씨를 불렀다. 검찰은 이렇게 유출된 환자의 처방내역이 C 씨가 건넨 리베이트 액수를 산정하는 근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하고 기소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의사들이 의약품 도매상에게 처방 여부와 횟수까지 확인받고 리베이트를 수수했다니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