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증강현실(VR) 기반 '포켓몬고' 게임을 즐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야간에 게임을 하기 위해 담을 넘거나 묘지를 밟는 돌출행동이 늘어나자 유엔공원 관리처가 포켓몬고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유엔기념공원은 지난달 31일 동아시아 지역 포켓몬고 서비스를 관할하는 나이앤틱재팬에 공문을 보내 '게임 서비스를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21일 밝혔다. 나이앤틱재팬 측도 지난 15일 유엔공원관리처에 전화를 걸어 "서비스 해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유엔기념공원은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목숨을 잃은 11개국 2300명이 잠든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다. 최근에는 포켓몬 '성지'로 더 유명해졌다. 13만5000㎡의 부지에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포켓스톱이 42곳이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포켓몬 명소인 부산시민공원(47만3279㎡)의 포켓스톱이 48곳인 점을 고려하면 유엔기념공원에서 아이템을 받기가 훨씬 쉬운 셈이다. 나이앤틱은 유엔기념공원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과 비슷한 곳으로 보고 더 많은 사람이 찾게 하려고 포켓스톱을 집중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포켓몬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묘지를 밟거나 소란스럽게 뛰어다니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관리처에 따르면 문을 닫은 야간에 담을 넘어 게임을 즐기다 강제퇴장 당한 사람만 30명이다. 결국 공원관리처는 포켓몬고가 유엔기념공원의 정체성을 해친다고 보고 서비스 중지를 요청했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