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부산 북구 금곡동 인재개발원이 고위 공무원들로 북적였다. 주말 아침 부산시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기업 임원 220여 명이 불려 나온 것이다. 검찰에 출석하는 것처럼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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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18일 부산 북구 부산시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청렴시정 다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
이날 부산시는 고위 공무원 땅 투기 의혹(본지 지난 16일 자 8면 보도)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해 비난이 빗발치자 부랴부랴 '청렴 워크숍'을 마련했다.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고개를 못 들겠다. 책임을 통감하며 나부터 반성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관리하겠다. 비리가 재발하면 일벌백계하겠다. 가혹할 만큼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 시장은 이날 비리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박종문 감사관이 행정자치부 징계규칙에 관해 설명하고 엄정한 감사 활동을 다짐하는 데 그쳤다. 경상대 한상덕(중문과) 교수의 특강도 도덕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부산시청사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건 지난해 7월 함바비리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1년 새 4번째다. 서 시장의 측근인 전용성 전 정무특보와 정기룡 전 경제특보도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이날 한 공무원은 "부산시청이 1년 새 4차례나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라며 "잦은 압수수색으로 부산시를 비리나 범죄의 온상으로 여기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한 번 잘못을 하면 공직사회에서 영원히 퇴출하겠다는 선언이라도 오늘 나올 줄 알았는데 없었다. 말로만 반성하겠다고 하면 부산시민들이 믿을지 모르겠다"고 한숨 쉬었다.
시민사회의 반응도 싸늘했다. 부산참여자치연대 김종민 공동대표는 "한두 번이 아니라 4번이나 압수수색을 당했다면 누가 보더라도 조직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서 시장의 공개 사과와 함께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감찰 활동을 강화하고 내부 고발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서 시장의 측근들이 구속됐다. 윗물이 맑지 않은데 어떻게 영이 서겠나"고 비판했다. 이정현(여·47) 씨는 "보여주기식 워크숍 한 번 한다고 비리가 근절될 것 같지 않다"며 "서 시장이 정말로 반성하고 있다면 고강도 비리 근절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