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장비 규정도 따로 없어

- 사고 원인 변압기 케이블 손상
- 10년간 한 번도 교체 않아

- "감독 사각지대…문제 많다"
- 과거 기장군의회도 문제 제기

지난 9일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의 블랙아웃 사태를 일으킨 민간발전사업자 (주)부산정관에너지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의 감독을 한 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관에너지는 정부 허가를 받아 정관신도시에 전기와 난방을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다. 정부의 민간 구역전기사업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관에너지 김한 대표이사는 10일 오후 정관읍사무소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지난해 정부의 시설 유지 관리·감독을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관에너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구역전기사업자다. 구역전기사업자는 한국전력 대신 정관신도시처럼 특정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사업자이다. 이달 기준 전국 13개 구역에 10개 사업자가 영업 중이다. 구역전기사업자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게 돼 있다. 이 외에 다른 관리 규정은 없다. 정관에너지의 경우 지난해 10월 자체적으로 일부 시설 보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업 허가권을 지닌 산업부는 지난해 단 한 번도 정관에너지의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지 않았다.

지난 9일 케이블 손상으로 폭발한 정관에너지의 변압기. 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정관에너지에 따르면 지난 9일 블랙아웃 사태는 낡은 변압기의 케이블 손상 때문에 발생했다. 정관에너지는 2008년부터 발전소를 가동했다. 10년 동안 교체 없이 같은 변압기를 사용해온 것이다. 정관에너지 측은 "시설 유지·보수는 자체적으로 하거나 외주를 준다"고 말했다. 정관에너지에는 총 39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실제 발전소 운영은 16명(4개팀)이 맡고 있다.

산업부의 지침에는 예비 변압기를 비롯해 비상시에 대비한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조항도 없다. 지난 9일 정관에너지의 변압기가 터져 블랙아웃 사태가 9시간이나 지속된 것은 정관에너지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예비 변압기가 없었던 탓이 크다. 문제가 된 변압기를 정비하는 데 사흘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전기 민영화 사업이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기업인 한전의 송전 비용을 아끼려고 일부 지역의 전기 사업권을 민간에 넘기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장군의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발언이 나왔다. 기장군의회 이승우 의원은 "정관에너지가 관할 기장군과 부산시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을 알고 군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정관신도시가 산간벽지도 아닌데, 한전이 아닌 민간업자의 전기를 받아 써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구역전기사업자는 사업 구역 내를 담당하는 책임 주체이므로 전반적인 시설을 자체적으로 관리한다"고 해명했다.

김준용 이준영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