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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사람] 800ℓ 줍고나니 명함 뿌리는 오토바이에 허탈

서면 환경미화원 체험

  •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  |   입력 : 2017-02-05 22:05:17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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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밤 보낸 번화가 쓰레기천국
- 담배꽁초 종이컵 우산 뒹굴어

- 비 맞은 전단지 길바닥 딱 붙어
- 빗질 안 돼 손으로 줍기 반복해
- 청소 후 허리·팔 통증 고통도
- 4시간동안 10명이 8000ℓ 치워

화려한 번화가의 민낯은 네온사인이 꺼진 새벽에 드러난다. 구석진 곳에는 어김없이 담배꽁초와 전단지가 널부러져 있다. 상가 앞에 쌓인 쓰레기를 다른 쓰레기가 덮는다. 낮에 번화가가 말끔해지는 것은 환경미화원의 땀 때문이다. 정철욱 기자가 5일 부산진구 서면에서 빗자루를 들었다.
본지 정철욱 기자가 5일 오전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 일원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환경미화원 체험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일하다 힘들면 뒤를 한 번 돌아봐. 말끔해진 거리를 보면 기운이 날거야." 빗자루를 받아들 때 선배 환경미화원이 건넨 조언을 몇 번이나 실행에 옮겼는지 모르겠다. 치워야 할 쓰레기를 보며 한숨이 나올 때면 뒤를 돌아보고 위안을 삼는 수밖에 없었다.

기자는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11시까지 쥬디스태화와 고시학원 일대를 청소했다. 비가 내린 거리에 전단지와 테이크아웃 종이컵·쓰고 버린 우산이 나뒹굴었다. 절반쯤 남은 컵라면과 군인 계급장은 왜 바닥에 떨어져 있는지 이유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치워야 할 쓰레기가 워낙 많아서다.

환경미화원 신강호(56) 씨는 "비 올 때 비질을 하다가 행인에게 물이 튀어 시비가 붙을 때도 있다. 심하면 세탁비를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 영화관 앞의 계단에 쌓인 쓰레기만으로도 100ℓ봉투 한 개를 가득 채웠다. 한 모텔 앞에는 쓰레기가 너무 많아 수개월 방치된 폐가인 듯한 착각을 들게 할 정도였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명함 크기 광고지였다. 물기를 머금고 바닥에 달라붙은 종이는 몇 번을 쓸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더 세차게 비질을 해봤지만 결국 포기하고 수백 번 손으로 줍기를 반복했다. 환경미화원들이 허리와 팔에 통증을 달고 사는 이유다.

지난해 부산진구는 서면에서 광고 전단지 불법투기 1만1235건을 적발했다. 하루 평균 30회꼴로 단속을 하는 데도 전단지 살포는 반복된다. 신 씨는 "청소를 끝낼때 쯤이면 명함 크기의 광고지를 수천 장씩 뿌리는 오토바이족이 나타난다. 그때는 정말 허탈하다"고 말했다. 명함 광고지의 내용은 사채·성인 광고나 상점 쿠폰이 대분이다.

또 다른 '공공의 적'은 상가에서 내놓는 무단 투기 쓰레기다. 지난해 부산진구가 적발한 쓰레기 무단투기는 4430건이다. 부산진구를 제외한 다른 15개 구·군의 적발 건수는 많아봐야 200~300건이다. 행인들도 상점에서 몰래 버린 쓰레기 더미 위로 거리낌 없이 쓰레기를 던진다.

이날 오전 서면에만 환경미화원 10명이 투입돼 8000ℓ의 쓰레기를 치웠다. 1인당 100ℓ쓰레기봉투 8개는 너끈히 채웠다.

강석호 부산진구 환경미화원 감독관은 "지난 4일 오후부터 비가 내려 유동인구가 적었던 탓에 이날은 쓰레기가 적은 편이다. 토요일(4일)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청소를 한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환경미화원 몇 명으로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기는 어렵다. 상인들이 가끔이라도 자기 가게 앞은 치워 줬으면 좋겠다. 청소 중인 모습을 보면서도 가래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버리는 '불량 양심'은 제발 사라져야 한다"고 한숨 쉬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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