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포기지창 등 1000여 명 중
- 대학생·취준생 알바도 25명
- '3분30초 내' 6명씩 차량 4칸
- 바닥 등 쉴새 없이 닦기 반복
- 생활비·등록금 마련 고된 삶
부산도시철도는 늘 깨끗하다. 1000여 명의 아줌마 청소 노동자가 있기 때문이다. 밝은 내일을 꿈꾸며 먼지를 마시며 일하는 20대 청소 아르바이트생도 많다. 김진룡 기자가 지난 26일과 30일 이틀간 전동차 청소 체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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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부산 금정구 도시철도 노포동차량기지창에서 본지 김진룡(오른쪽) 기자가 청년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전동차 청소를 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직접고용이요? 안 잘리면 다행이에요."
30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동차량기지창. 출퇴근 시간대 3분30초~4분 간격으로 들어오는 전동차를 청소하는 건 시간과의 사투였다. 6명씩 교대로 전동차에 탑승해 '3분30초 이내'에 전동차 4칸을 반복해 닦아야 했다. 8~10분 간격으로 전동차가 들어오는 다소 한적한 시간에 투입된 기자는 한 번도 제한된 시간에 청소를 마치지 못했다. '반복 청소노동자'들은 첫차부터 막차까지 하루 179대의 전동차에 광을 낸다.
이곳에서 만난 이춘자(여·62) 씨는 지난 27일 설 명절 음식을 준비해놓고 오후 6시 야간조로 투입됐다가 밤을 새우고 설날 오전 8시 퇴근해 차례를 지냈다. 그는 매년 청소용역회사와 계약을 맺는 '언제나 1년 차' 비정규직이다. "연차가 쌓이지 않으니 명절에도 휴가를 내고 쉴 수가 없네요…."
노포창에는 14명의 '청소 청년'도 있다. 그들은 30일 주기로 전동차 전체를 청소하는 전반청소와 6일 주기의 중간청소에 주로 투입된다. 청소 현장 총괄 담당자 임재범(45) 씨는 "노포창에서는 힘쓰는 일도 필요해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다. 지저분하고 힘든 일이지만 2명 모집 공고를 올리면 고학력자 80여 명이 신청서를 낸다"고 설명했다.
부산대 졸업생 백건하(30) 씨는 8개월째 이곳에서 일하며 주경야독 중이다. 취직 때까지 두 달 정도만 일할 것이라 예상했던 아르바이트는 어느새 해를 넘겼다. 학자금 대출이자와 월세·공과금·휴대전화 요금을 빼고 나면 월 50만 원으로 생활한다. "지금보다 미래가 더 걱정입니다. 불황에 채용을 줄이는 기업이 많다고 하는데…. 올해는 어디든 상관없이 정규직 취업이 소원입니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작업은 전동차에 과전류가 흐를 때 전원공급을 차단하는 고압회로차단함 청소다. 전동차 1대에서 떼어내 먼지를 털어내야 하는 차단기는 42개. 힘을 쓰는 일이라 청년들이 청소를 한다. 기자도 방진복·마스크·고글을 끼고 에어건으로 고압회로차단함을 청소했다.
고려대 2학년 이영진(25·식품생명공학과) 씨의 소망은 "생활비 걱정 안 하고 공부만 실컷 하는 것"이다. 노포창에서 일을 하기 전에는 야간 편의점을 전전했다고 한다. 6개월째 청소 일을 하는 그는 오는 3월 복학을 앞두고 있다. 이 씨는 "편의점에서는 최저임금도 못 받았는데 이곳에서는 최저임금은 맞춰준다. 한 학기 500만 원의 등록금을 벌기 위해 부지런히 저축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어떻게든 졸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교수이다. "서른 살 때는 박사 학위를 받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이 씨의 말을 듣던 부산대 3학년 권근호(25) 씨가 "어떻게든 잘 될 거야"라고 토닥였다. 검사를 꿈꿨던 권 씨는 지난해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꿈을 접었다. 로스쿨 학비가 부담스러워서다.
부산지하철에서 일하는 전체 청소 청년은 25명이다. 그들은 내일을 위해 오늘도 청소 중이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