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적인 이유 때문 70.5%
- 취업준비생 81% "취직 준비"
- 미혼여성 근무 자원하기도
건축업에 종사하는 변정석(47) 씨는 올해 설 연휴에는 부모님 집을 찾지 않는다. 고향 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탓이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아 명절 보너스를 받지 못했다. 조카들 세뱃돈 준비도 버거워 올해는 부모님께 용돈만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수식이 무색할 만큼 설 연휴 귀성을 포기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불황의 여파로 고향 갈 때 드는 비용마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약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노총 부산본부는 조합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4.3%가 설 연휴 고향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고 26일 밝혔다.
귀성을 포기한 이유로 70.5%가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15.1%는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올해 귀향비를 받은 응답자는 42.4%로 지난해 40.0%와 비슷했다. 평균 귀향비 역시 41만9000원으로 지난해 41만7000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취업준비생들도 명절은 그리 달갑지 않다. '올해는 취직해야지'라는 격려가 부담스러운 데다 불황으로 채용규모가 줄까 애가 타는 마음에 사나흘 손에서 책을 놓을 용기도 나지 않는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 817명에게 '설 연휴에 취업준비를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더니 81.4%(665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왜 친지모임에 참석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는 '만남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워서'(42.4%)와 '취업 준비 때문'(40.5%)이라는 반응이 1, 2위에 올랐다.
가족 간의 유대감이 약해진 것도 귀성을 포기하는 주요 이유다. "결혼은 언제하냐" "집은 언제 살래" 같은 곤란한 질문에 시달리는 것보다 나 홀로 명절을 보내려 한다는 것이다.
명절 스트레스가 심한 미혼 여성은 일부러 근무를 자처하기도 한다. 미혼인 부산의 한 자치단체 공무원 김모(여·36) 씨는 설 연휴에 당직근무를 자원했다. 그는 "집에 가봤자 결혼 얘기할 게 뻔하다. 차라리 혼자 당직 서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부산 A구에서는 설 연휴 동안 당직 근무자 지원을 받은 결과 6명 중 5명이 여성이었다. B구는 자원자 4명이 모두 여성이었다. 한 공무원은 "명절 연휴에 기혼 직원이 당직에 걸리면 주로 미혼 여성이 바꿔준다"고 설명했다.
부산대 김희재(사회학) 교수는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가족 유대관계가 약해진 데다 사회 경제적으로 상황이 나빠져 명절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다"며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씁쓸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정철욱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