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 등 곳곳 주민분쟁·소송
- 구·군, 민원 몸살…법 개정 주춤
부산 상업지역에서 일조권과 조망권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 건축법상 상업지역은 일조권·조망권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건축심의 요건만 갖추면 허가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는 일조권 갈등이 가장 심한 곳이다. 해운대해수욕장 근처의 비치베르빌 아파트 주민들은 2015년 A사가 바로 앞 상업지역에 23층 건물의 건축허가를 내자 강하게 반발했다. 101동 거실창 방향으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174가구 중 상당수에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운대구는 "상업지역은 일조권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사생활 침해가 예상된다"며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그러자 L사는 부산지방법원에 건축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한 데 이어 지난 20일 항소심에서도 이겼다. 피해 아파트 주민들은 "상업지역이라도 기본적인 권리인 일조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건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운대초등학교 바로 앞에도 B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학부모들은 고층건물이 올라가면 학생들의 일조권 침해는 물론 교통사고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한다. 해운대구도 최근 B주상복합의 건축허가를 반려했다. 그러나 시행사가 소송을 제기하면 비치베르빌처럼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건축허가를 담당하는 구·군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민원을 의식해 건축허가를 반려했다가 소송에 휘말리면 승소할 확률이 낮은 탓이다. 사하구도 2015년 B사가 하단동에 신청한 지상 17층 건물의 건축신청을 반려했다가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북구도 구포동의 상업지역에 고층 건물이 추진되자 주민들의 건축허가 반대 민원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이러한 분쟁의 원인은 상업지역 내 일조권 보장 조항이 없어서이다. 건축법 61조는 지목이 주거지역인 곳만 주택의 일조권을 보호하고 있다. 일조권 다툼은 최근 상업지역에 주상복합 형태의 고층건물이 들어서면서 늘어나는 추세다. 전체의 10% 이상이 상가로 구성돼 있으면 상업지역에서도 주거시설 건축이 가능하다.
따라서 현행 건축법이 바뀌지 않는 한 시행사 측과 피해주민 간의 합의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북강서갑) 국회의원은 "상업지역 내 일조권 보호를 위해 건축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 건설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들도 분양에 유리한 상업지역 주상복합을 선호한다. 일조권 갈등을 해소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건축법 제61조
공동주택과 전용주거지역 및 일반주거지역 안에서 건축하는 건축물의 높이는 일조권의 확보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높이 이하로 하도록 규정한다.
김준용 김봉기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