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장서, 협박 2명 등 32명 입건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건축물 단속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1억 원을 받은 공무원이 금품 제공자에게 협박을 당해 되레 1억9000만 원을 뜯겼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25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장군 공무원 A(51) 씨를 구속했다. 또 A 씨에게 뇌물을 줬다가 개발제한구역 단속이 이뤄지자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B(59) 씨와 C(50) 씨도 구속했다.

A 씨는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 개발제한구역에서 허가 받지 않고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용도 변경한 사람들을 찾아가 단속 사실을 무마하고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지 않거나 적게 나오도록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31명으로부터 1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B 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000만 원을 받았다. C 씨에게는 30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A 씨의 약속과 달리 기장군의 다른 공무원은 B 씨와 C 씨에게 연간 2000만 원 상당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B 씨와 C 씨는 "뇌물을 받은 사실을 알리겠다"고 A 씨를 협박했다. 결국 B 씨와 C 씨는 A 씨로부터 각각 1억6000만 원과 3000만 원을 받았다. C 씨는 지난해 말 A 씨로부터 5000만 원의 채무를 갚는다는 차용증까지 받았으나 경찰 수사 착수로 돈을 받지는 못했다.

경찰은 A 씨에게 뇌물을 건넨 개발제한구역 거주자 가운데 B 씨와 C 씨를 제외한 29명과 중간브로커 3명 등 3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A 씨가 19년 동안이나 불법건축물 단속 업무를 맡았던 경위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장군은 개발제한구역이 많다. 공무원 관리·감독의 문제점을 파악해 기장군에 개선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