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그림자 수행, 개국공신
- 2014년 여성 첫 정무수석 올라

- 특검 "조, BIFF예산 삭감 지시"
- 보수단체 동원 집회 주도 정황

현직 장관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신데렐라'로 불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2일 조 전 장관을 불러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바늘과 실처럼…2015년 1월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기춘(오른쪽)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자료를 건네받고 있다. 국제신문DB

영어의 몸이 된 조 전 장관은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이다. 대형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미국 연방항소법원 근무를 거쳐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을 지낸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2007년에는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시공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인연이 닿아 정계에 입문했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그는 665일간 대변인을 맡아 '새누리당 최장수' 기록도 세웠다. 2012년 박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일 때부터 당선인 시절까지 대변인을 맡아 '신(新)친박'으로 불렸다. 항상 박 후보 곁을 지키며 '그림자 수행'을 한 개국공신으로 꼽힌다.

2013년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2014년 6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 정무수석을 맡아 청와대의 여성 '유리 천장'을 깼다. 국빈 방한 행사에서는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도 맡았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서울 서초갑에 출마하려고 했으나 이혜훈 후보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시 새누리당 지도부가 조 장관을 다른 지역구에 전략 공천하려 했지만, 본인이 고사했다. 그 이후 조 장관은 불과 몇 달 뒤인 8월 문체부 장관으로 발탁돼 화려하게 복귀했다.

승승장구하던 조 전 장관은 최순실 게이트의 한 갈래로 불거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한순간에 침몰했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 9400여 명의 리스트가 공개되자 조 전 장관이 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조 전 장관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청문회에 두 차례 출석해 블랙리스트의 존재 자체는 인정했으나 작성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말했지만, 위증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에 따라 국조특위는 조 전 장관을 위증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

결국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팀은 조 전 장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블랙리스트 작성·운용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장관은 사표도 제출하지 않은 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응하며 결백을 호소했으나 21일 새벽 현직 장관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영어의 몸이 되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특검은 또 조 전 장관이 보수단체를 동원해 '친정부 집회'를 지시한 정황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이던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정부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보수단체를 동원해 정부에 우호적인 집회를 열도록 지시한 의혹을 수사 중이다. 조 전 장관은 부산국제영화제(BIFF)와도 연결돼 있다. BIFF는 당시 정부 반대에도 세월호를 다룬 '다이빙벨'을 상영했다. 특검팀은 조 전 장관이 이듬해 BIFF지원금 삭감을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