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편집중국 하루 12만 개 달해
- 1시간에 1만2000개 이동작업
- 노동 강도 세 청년들도 기피
- 김영란법 불황 여파 선물 반영
- 육류 줄고 저가 생활용품 급증
- 총 물량 작년보다 10% 늘어
설 명절을 앞두고 가장 바쁜 곳 중 하나는 택배업계이다. 백화점이나 전통시장에서 설 특수가 사라졌다는 한숨이 나오지만 택배 물량은 예외다. 지난해보다 10%가량 배달 의뢰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부산우편집중국을 다녀왔다.
| |  |
| 본지 이준영 기자가 지난 19일 부산 강서구 부산우편집중국에서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limkh627@kookje.co.kr |
지난 19일 오후 6시30분 부산 강서구 대저동의 부산우편집중국. 8t짜리 트럭 수 십대가 꼬리를 물고 들어왔다. 부산의 모든 우체국에서 수거한 택배 물량이 집결하는 장소다. 이날 들어온 물량은 약 12만 개. 평소 7만여 개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부쩍 늘었다. "23~26일까지는 하루 평균 20만 개로 늘어날 겁니다." 부산우편집중국 박현문 물류총괄계장의 전망이다.
기자는 이날 우편집중국 1층 소포분류장에서 택배 물품 분류작업을 체험했다. 상자에 붙여진 바코드가 위로 보이도록 컨베이어벨트에 상자를 올리는 단순 노동이다. 사람 키만 한 수레에 가득 담긴 택배 상자들이 쉴 새 없이 밀려왔다. 빨간 목장갑을 끼고 상자를 하나씩 옮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농담도 주고받던 작업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닫았다. 1시간에 1만2000여 개. 1차 작업을 끝내자 허리가 뻐근해졌다. 아르바이트생 박지원(23) 씨는 "제대한 지 얼마 안 돼 체력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름철 군대에서 삽질할 때보다 더 힘들다"며 웃었다. 택배물류센터 일은 청년들이 '극한 알바'로 부를 정도로 노동 강도가 심하다.
불황과 김영란법 탓인지 택배 물품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명절 선물로 생선과 육류가 인기였으나 이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참치·식용유를 비롯해 저가형 생활용품이 대부분이었다. 과일도 제수용으로 쓰기 힘든 무게 5㎏ 미만만 보였다. 박 물류총괄계장은 "김영란법 시행 전에는 박스가 큰 것들이 제법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소형화 됐다. 한눈에 실감할 수 있을 정도"라며 "올해는 삼진어묵이 하루에 2만여 개의 배송 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대히트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선물이 줄어들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택배물량은 지난해 설보다 10% 이상 늘었다. 소비자들이 가공식품류나 종합 선물세트 등 저렴한 선물을 여러 곳에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에선 올해 설 연휴가 짧아 고향에 못 가는 대신 선물을 택배로 보내는 것과 연관을 짓기도 했다. 김영란법과 무관하게 택배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세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음 작업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지역별로 분류된 택배들을 '평파렛트'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평면 바닥에 차곡차곡 쌓는 곳이다. 흡사 오락게임 '테트리스'를 연상케 했다. 크고 작은 상자들을 어긋나지 않게 하나씩 맞춰 쌓아도 택배들은 무심하게 쏟아졌다. 작업이 밀리자 옆에서 "빨리빨리!"라고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렵게 한 꾸러미의 택배를 완성하자 다른 직원이 택배가 흔들리지 않게 테이핑을 한 뒤 지게를 가져와 대기하고 있는 트럭 쪽으로 끌고 갔다. 밤 10시가 돼서야 택배 분류 작업이 모두 끝났다.
우편집중국은 택배물량을 트럭에서 수레에 옮겨 담기부터 컨베이어벨트에서 분류→지역별로 구분된 택배 쌓아 트럭에 옮기기까지 업무가 철저히 세분화 돼 있다. 신속과 정확이 택배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박 물류총괄계장은 "택배는 시간과 공간의 싸움이라 재빨리 일을 처리하기 위해선 업무 분장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우정청은 '설 우편물 특별운송기간'인 오는 26일까지 비상근무를 한다. 이 기간 부산 울산 경남에서 들어오는 택배물량은 평소보다 1.7배 많은 약 159만2000개로 예상된다. 우정청은 설을 앞두고 120명을 추가로 모집해 총 350여 명을 택배 배송에 투입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