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등에
- 강력범죄 방지 'DNA법' 적용

- 대상·영장 기준 모호 비판 속
- 노동계 "신종 공안탄압" 반발　

검찰이 집회시위로 처벌받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DNA 채취를 요구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2010년 7월 시행된 'DNA 신원확인 정보이용·보호법'에 따라 DNA를 채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노동단체는 강력범죄 재범을 막기 위한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부산지방검찰청은 최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복역 중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최승환 사무처장의 DNA 채취를 시도했다. 최 처장은 2015년 1월 '생탁' 막걸리 제조사인 부산합동양조 장림공장 앞에서 집회를 하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과정에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6월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검찰은 또 당시 집회에 참여했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민주노총 조합원 3명에게도 최근 DNA 채취에 응하라는 안내문을 보내거나 전화 통보를 했다. 3차례 요구에 불응하면 DNA 채취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부터 시행된 'DNA법'은 살인·강간·강도·폭력을 비롯해 11개 강력범죄 피의자들로부터 DNA를 채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흉악범의 신원정보를 확인해 범죄 수사의 효율을 높인다는 것이 법의 취지다. DNA를 채취할 때는 당사자의 동의나 영장이 필요하다.

안내문에 그치지 않고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집행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검찰은 2015년 6월 밀양 송전탑반대투쟁에서 기름통에 불을 붙이려 한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A 씨에 대해 DNA 채취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려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지금까지 영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노동계는 사법기관이 DNA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측은 "신종 공안탄압이다. 검찰이 사회구조적 문제에 저항하다 형사처벌 받은 사람까지 DNA법을 적용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DNA 채취 대상 선정이나 영장 청구 기준이 들쭉날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하다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김진숙 지도위원에게도 2012년 2월 DNA 채취를 요구했다가 김 위원이 거부하자 더는 DNA 채취를 강행하지 않았다. 이는 DNA법에 '(DNA 채취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해 검찰의 자율권한이 강한 데다 내부지침도 명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는 해석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DNA법은 조두순 사건(일명 나영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폭행이나 흉악범죄 재범을 막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본부는 23일 오후 부산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의 무차별적 DNA시료 채취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