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새벽 만선의 기대감 안고
- 동선어촌계의 '해양6호' 승선
- 그물 2개엔 헐값 청어만 가득
- 수입 16만3000원, 인건비도 안돼
- 이날 의창수협 위판량 139마리
- 2008년 7만, 작년 2만여 마리로
- 강서구 수년째 인공수정란 방류
겨울별미 '가덕 대구'의 계절이다. 1990년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어민들의 생계원이던 대구가 요즘에는 많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국제신문 박호걸 기자가 대구잡이 배에 올라 만선의 꿈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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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잡이 체험에 나선 본지 박호걸 기자가 19일 새벽 부산 가덕도 앞바다에서 그물을 끌어당기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딱 2마리. 풍어를 꿈꿨던 초보 어부의 꿈은 날아가 버렸다. '오늘 안 잡히면 내일 잘 잡힌다'는 노련한 어부의 위로는 귓등으로 흘러갔다. 어창(창고)이 휑한 게 꼭 기자의 잘못 같았다.
19일 오전 5시30분 가덕도 동선새바지. 동선어촌계 어부 3명과 기자는 '밤새 대구가 얼마나 잡혔을까'하는 기대를 안고 0.94t 규모의 소형어선 '해양6호'에 올라 새벽 물살을 갈랐다. 10분가량 지나자 굉음을 울리던 엔진 소리가 잦아들었다. 허무석(59·강서구 동선동) 씨는 긴 나무 갈고리로 칠흑 같은 어둠에서도 자신의 그물이 있는 부표를 정확하게 집어냈다.
4명이 달라붙었지만 그물은 쉽게 끌어올려지지 않았다. "제법 묵직한데요"라는 기자의 말에 동선어촌계장 간사 이재운(46) 씨가 피식 웃고 만다. 그물이 무거운 것은 애물단지 청어 때문이었다. 헐값의 청어 수백 마리가 그물코에 끼여 팔딱거리고 있었다. 그들이 싸질러놓은 알이 그물에 붙은 탓에 무게가 천근만근이었다. 순식간에 갑판은 검은 갈색의 청어 알 천지가 됐다. 장화도 신지 않은 탓에 신발이 몽땅 젖었다.
드디어 그물 끝이 보였다. 한눈에 봐도 커다란 몸집과 커다란 입. 그물 안에는 대구가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냈다. 기쁨도 잠시. 호망(2개 그물) 속에는 대구가 두 마리뿐이었다. 숭어 26마리와 돔 1마리가 그나마 위안이 됐다. 허 씨도 허탈한 듯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물을 다시 물속에 집어넣은 일행은 경남 진해 의창수협 수산물위판장으로 향했다. 20여 분의 항해 동안 허 씨의 아내 김점순(여·59) 씨는 청어를 골라내기 시작했다. 아가미 색을 보고 상한 것은 바다에 버렸다. 수십 마리의 갈매기가 김 씨가 던진 청어를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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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새벽 가덕도 앞바다에서 갓 잡은 싱싱한 대구를 들어 보이고 있는 본지 박 기자. 서순용 선임기자 |
"동선어촌계 곤 한 마리"라는 멘트에 경매 참가자의 손가락이 부산스러워졌다. 70㎝ 길이의 수컷 한 마리는 이날 6만 원에 낙찰됐다. 다음은 50㎝가량의 암컷. "동선어촌계 알 한 마리"라는 말과 함께 시작한 경매에서 2만8000원을 받았다. 대구는 통상 암컷보다 수컷이 더 비싸다. 살이 더 단단하고 곤이라고 불리는 정소가 있어 인기가 많은 덕이다. 쓸만한 청어 200여 마리는 1만5000원에 팔렸다. 이 씨와 허 씨 부부가 이날 번 수입은 숭엇값 6만 원을 보태 총 16만3000원. 이 씨는 "해가 갈수록 대구 어획량이 줄고 있다. 그나마 대구값이 올라서 기름값은 충당하지만 인건비도 안 빠진다"고 말했다. 이날 의창수협에서 거래된 대구는 모두 139마리에 불과했다.
가덕도 대구는 해마다 어획량이 감소세다. 의창수협 위판량도 2008년 7만646마리에서 지난해 2만2880마리로 줄었다. 허 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약 70%가 적게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서구 해양수산과 김지성 주무관은 대구 암컷 10마리와 수컷 10마리를 샀다. 인공수정 후 방류하기 위해서다. 강서구는 2004년부터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인공수정란을 만들어 방류한다. 지금까지 총 4억3900만 원을 투입해 약 800억 개의 인공수정란을 방류했다.
김 주무관은 동선새바지로 돌아가 암컷의 알을 빼 수컷의 정액을 뿌렸다. 인공수정란은 팜사(밧줄)에 뿌려져 바다에 투하된다. 어느덧 중천까지 뜬 해는 인공수정란을 유리구슬처럼 반짝이게 했다. 약 15일 후 부화한 대구 새끼들은 오는 4월까지 가덕도 앞바다에 살다가 조류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갈 것이다. 대양을 누비던 대구는 2, 3년 후 다시 고향을 찾는다. 요즘은 '포항 대구'가 가덕 대구만큼 유명하다. 어민들은 "가덕도에서 부화한 대구들이 회귀하는 도중에 포항에서 많이 잡힌다"고 말한다.
경이롭고 아름답기까지 한 대구 알을 보고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잘 커서 2년 후에는 친구들 많이 데리고 오너라'하고.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