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근 쓰레기장 방불…관리 엉망

삼한 시대 유적지인 부산 금정구 노포동 고분군 일대가 각종 컨테이너와 쓰레기에 포위됐다. 자치단체가 역사문화환경 원형 보전지역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발행위 허가를 내준 탓이다.

삼한 시대 유적지인 부산 금정구 노포동 고분군(부산시 기념물 제42호) 옆에 18일 컨테이너와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18일 부산시에 따르면 노포동 고분군 외곽경계로부터 반경 500m는 2012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역사문화환경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1~3보전구역 가운데 고분군과 가까운 1구역(노포동 142의 8 일대)에서 개발행위를 하려면 부산시 문화재위원회의 조사·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날 취재진이 찾은 1구역에는 수십 개의 컨테이너가 쌓여 있었다. 적치장을 만들기 전 나무가 뽑히거나 베어진 상태였다. 이곳에 컨테이너를 적치 중인 최모(58) 씨는 "10년 전부터 조경사업을 했던 곳이다. 나무는 건설업자한테 팔았다"고 말했다.

노포동 고분군이 컨테이너로 둘러싸인 것은 금정구 건축과가 2015년 7월 40t의 물건 적치(컨테이너)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허가 기간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문화재위원회나 금정구 문화재팀과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금정구의회 정미영 의원도 지난 17일 제248회 임시회 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역사문화환경 보전지역에 컨테이너 적치 허가를 내줬다"고 비판했다.

고분군 관리도 엉망이었다. 발굴터 주변에는 폐자재·천막이 쌓여 문화재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금정구 측은 "문화재 담당 부서와 협의를 해서 개발행위 허가를 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또 "쓰레기는 곧 치우겠다"고 덧붙였다.

1996년 부산시 기념물 제42호로 지정된 노포동 고분군은 3~4세기 삼한시대 후기부터 삼국 시대 초기 사이의 분묘다. 1984년 부산박물관과 부산대가 학술 발굴조사를 진행해 청동기 시대 주거지·토기 수백 점과 삼한 시대 무덤 51기를 발굴했다. 전문가들은 노포동 고분군이 고대국가의 발생·멸망과 외국 문화 수용과정을 보여주는 유적으로 꼽는다. 금정구도 2007년부터 노포동 고분군 일대 1만2708㎡를 18억7000여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매입했다. 2022년까지 일대 6870㎡를 추가로 구입할 예정이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